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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과학을 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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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과학을 안다는 것

입력
2013.06.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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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이 정말 쓸모없나"복잡하고 딱딱한 과학 유쾌하고 재미있게 설명

'개복수술을 하면 예외없이 떼어 낸다는 맹장이 몸 안에 있는 박테리아에 매우 유익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박테리아는 그곳을 일종의 휴가철 별장으로 이용한다. 소화관에서 일어나는 광란의 작업으로 생긴 스트레스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곳, 번식을 하고 다시 소화관 박테리아들이 가득 차도록 도와주는 그런 곳으로 이용한다. 따라서 맹장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 아니다'(82쪽).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좀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과학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저자는 신비한 과학의 세계를 이해하는 교과서로 우리의 몸을 선택했다. '당신이 곧 과학이다'고 말하는 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의 세계에서부터 우주의 탄생과 관련된 빅뱅의 우주과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학은 우리 몸과 어떤 형태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글의 소재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근한다. 사람들이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유는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때문이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이라는 화학물질을 처리하는 뇌의 수용기를 추적하여 거기에 들러붙는다. 아데노신의 역할 중 하나는 졸리고 피곤한 느낌을 유발하는 것이다. 결국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양을 줄임으로써 정신이 좀 더 깨어있는 느낌을 갖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카페인이 뇌를 속이는 것이고 뇌는 속으면서도 중독되고 있는 것이다.

또 개에게 초콜릿을 먹이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콜릿에는 뇌에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 테오브로민이 개에게 유독하기 때문이다. 작은 애완용 개라면 50그램만 먹어도 죽을 수 있다. 고양이도 테오브로민에 특히 민감하지만 단맛 수용기가 없어서 초콜릿에 특별히 끌리지 않으므로 문제가 없다. 테오브로민은 인간에게도 나쁘지만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성인의 경우 5㎏이상은 먹어야 위험해질 것이다. 무엇이든 적절한 복용량만 지키면 문제가 없다.

이 책의 장점은 어려운 과학지식을 복잡한 수식과 논리로 접근하지 않고 유쾌하고도 코믹한 설명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극미한 세계, 즉 원자 전자 양자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뽑아 놓고 염색이 어떻고, 탈모가 어떻다는 식으로 말문을 연다.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원자를,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린이에 비유하는가 하면, 지구가 생기기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원자들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듣고 있다보면 온갖 생물과 물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이처럼 복잡하고 딱딱한 과학이 쉽게 다가오는 것은 순전히 저자의 뛰어난 글솜씨와 박학다식한 지식 덕분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실험물리학을 전공한 과학 저널리스트 겸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네이처''더 타임스'등에 과학칼럼과 특집기사를 쓰고 있다. 그는 물리학 화학 천문학 열역학 생물학 뇌과학 등 과학 전반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문학 영화 심리학 사회학 고고학 등 인문학적 관점과 지식으로 넘나들면서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기대 이상으로 충족시킨다.

"우리는 몸이라는 우리만의 실험실을 갖고 있다. 우리 몸은 과학과 자연의 여러 상황에 맞게 기능이 달라지는 엄청나게 복잡한 구조물"이라는 저자의 말은 흥미롭다. 그러한 흥미를 저자는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줌으로써 과학적 지식은 물론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학상식까지도 넓힐 수 있게 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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