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내가 봐도 NLL은 숨이 막힌다” /김정일 NLL법 포기 제안에 “예, 좋습니다” / “북핵 변호했고 미국과 싸워왔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정원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발언록 발췌본’에서 확인한 내용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국정원은 당시 회담록을 A4용지 8장으로 요약한 발췌본을 새누리당 정보위원 5명에게 40분 간 열람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선 포기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내가 봐도 NLL은 숨통이 막힌다. 이 문제만 나오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는데 NLL을 변경하는데 있어 (김정일) 위원장과 내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NLL 문제, 그것이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남측에선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며 “헌법 문제라고 나오는데, 헌법 문제가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해 평화협력지대와 관련, 김 위원장이 “그것을 위해 쌍방이 실무적 협상에 들어가서 (NLL관련) 법을 포기하자고 발표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예, 좋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서해 평화협력지대) 이를 만드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대하면 하루 아침에 인터넷에서 바보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발췌록에는 북핵 등 대북 문제에 대한 발언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북핵 문제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북이 핵을 갖는 것은 방어용”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지난 5년 동안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6자회담에서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과 싸워 왔고, 국제무대에서 북측 입장을 대변해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그동안 해외를 다니면서 50회 넘게 정상회담을 했는데,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 대변인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다”고도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수조 원이 소요되는 남북협력 사업 제안이 정권교체기에 가능하겠느냐”고 하자 “그러니까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지 모르지만 쐐기를 박자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주적이란 용어를 없애버렸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담고 있는 발언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남측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면 제일 미운 나라가 미국이다. 평화를 깨는 국가가 어디냐는 질문에도 미국이 1위로 나오고 그 다음이 일본, 다음이 북측을 지목하고 있다”며 “이는 그동안 민족공조를 열심히 추진한 덕택”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제재(BDA 계좌동결)와 관련, “미국의 BDA 조치는 잘못됐다”면서 “제일 큰 문제는 미국이다. 패권적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저항감도 있다”고 말했다. 또 주한미군에 대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외국 군대가 있는 것은 나라 체면이 아니다. (서울 밖으로) 보내지 않습니까. 2011년 되면 나갑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유사시 작전계획을 담은 ‘작계 5029’에 대해선 “미국 측이 만들어서 우리에게 거는데, 그거 지금 못한다. 이렇게 해서 없애버리지 않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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