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그제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북한에 대한 '비핵화 이행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북한이 비핵화 6자회담을 비롯한 관련국과의 대화 의사를 거듭 밝힌 것과 관련, 구체적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일 것을 다시 요구한 것이다. 북한의 지난 행보에 비춰 대화 제의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확인한 것으로 볼 만하다.
한미일 3국의 이런 인식은 북한이 지난해 미국과의 2· 29 합의를 일방적으로 어긴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인도적 지원을 대가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중단과 핵· 장거리미사일 실험 유예를 약속한 북미 합의를 이내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미국에 대한 '핵 공격' 위협으로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전에 없는 위기 국면으로 몰고 갔다.
북한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을 앞뒤로 남북 당국회담과 북미 고위급회담을 잇달아 제안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남북 당국회담 무산 과정에서 보듯이, 성의 있는 대화 노력과는 거리 먼 행보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일한 후원국 중국의 충고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제적 압박을 누그러트리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을 낳았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을 방문해 "6자회담을 비롯한 모든 대화를 하겠다"고 밝힌 것도 다음 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물 타기' 전술로 비친다.
물론 북한의 대화 제의를 마냥 외면할 일은 아니다. 북한으로서는 장거리미사일과 핵실험, 전쟁 위협, 개성공단 폐쇄 등 일련의 도발적 행동으로 고조시킨 위기와 긴장을 낮출 때라고 판단했음직하다. 이를 통해 국제적 압박 완화를 꾀하는 동시에 스스로 '핵보유국'을 자처하게 된 성과는 그대로 지키려는 듯하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상투적 전략이 계속 유효하다는 일종의 '학습 효과'는 차단해야 한다. 그 것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북한이 '행동이 수반되는 대화'에 나서도록 이끌려면, 단호한 의지로 교훈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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