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추가 감축 제안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히려 핵전력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핵문제를 놓고 두 군사 초강대국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19일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20년까지의 국방력 강화 프로그램 회의를 주재하면서 "러시아는 전략적 억지력의 균형이 깨지거나 핵전력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미사일과 미사일방어(MD) 시스템 등을 포괄하는 공중우주군 육성이 향후 군사력 구축의 핵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효율적 공중우주군은 전략적 억지력의 중추이며 적들의 미사일 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핵심수단"이라며 "앞으로도 공중우주방어 전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0년까지 국방력 강화 프로그램에 따라 공중우주군 현대화를 위해 전체 군 현대화 비용의 20%에 해당하는 3조4,000억루블(12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2015년까지는 공중우주군 보유 무기의 절반이, 2020년까지는 70% 이상이 현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서의 연설에서 "'정의로운 평화'의 의미는 그 실현이 얼마나 멀지라도 핵무기 없는 안전한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에 양국이 보유한 전략핵무기를 최대 3분의 1을 더 줄이자고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 동안 핵전력을 국방력의 핵심으로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푸틴 대통령의 핵전력 강화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감축 제안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다른 많은 나라가 핵과 미사일 전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미국만 양자 차원에서 무한정 핵무기 감축 합의를 할 수는 없다"며 "(전면적 핵무기 감축을 위해서는) 다자 군축 협상을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군축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이견은 예견된 결과다. 러시아는 미국의 핵군축 주장에 대해 "첨단무기 분야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세계 각국에 MD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사실상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미국은 "MD 체계는 본토와 동맹국 방어 차원"이라며 핵군축 제안도 오바마 대통령이 바라는 '전 세계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핵보유국 중 300개 이상의 핵탄두를 가진 국가가 미국과 러시아 밖에 없다는 점도 미국의 러시아에 핵군축을 촉구하는 배경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1년 2월 발효된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2018년까지 장거리 배치용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개 이내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새 START는 핵탄두를 탑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800기까지 보유하도록 상한선을 정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