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출구전략'이 공식화됐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어제 양적완화 축소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시행해온 양적완화에 대해 올 연말부터 속도조절을 시작, 내년 중반에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논란을 둘러싼 불안을 해소해주길 기대했던 시장으로선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달러가치가 급등하는 등 '버냉키 충격'에 휩싸였다. 국내시장에서는 20일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고 원· 달러환율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출구전략 가시화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 자신감이 붙어 미 연준이 양적완화란 모르핀 주사의 양을 줄일 정도가 된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유출로 이어져 시장변동성을 확대하고 불확실성을 높이게 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아닐 수 없다.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차단하여 실물경제로의 전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취약업종에 대한 지원 대책을 강구하되 향후 금리 상승의 충격이 가계와 기업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 위한 거시건전성 3종 세트, 선물환포지션 제도와 외국인 채권투자과세 및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외국인 자금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수출과 실물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환율변동성 확대를 줄이려면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면서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의 추진 등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세계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속도로 진행되도록 국제 공조에도 나서야한다. 정부는 공언해온 대로 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제때 효율적으로 실행, 선제적 위기대응에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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