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계 누구나 아는 '서울(Seoul)'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때에 발표장에서는 '쎄울'로 발표됐다. 이유는 이렇다. Seoul은 본래 프랑스 선교사가 '서울'을 자기네 언어로 전하면서 기록된 철자다. 그의 개인적 소견은 '서'를 'Se'로 'oul'은 '울'로 표기하려는 의도였다. 프랑스어 체계를 잘 모르던 국어학자나 국내 전문가들은 그러나 'Seo-'에서 'eo-'가 '어'를 표기하는 줄 알았고 이것이 훗날 '어'라는 음소를 '-eo'로 적는 폐단이 되고 말았다. 프랑스인이 자기 방식대로 적은 것을 영어가 국제어로 된 마당에 'Seoul'은 사실은 '쎄울'로 소리가 나지만 한국의 방식을 따라 외국인들이억지로 '서울'로 발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굳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Corea를 Korea로 적게 된 배경만큼이나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는 사실 '독립문'의 영어 표기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즉 한자의 의미대로 '독립'을 의미하는 'Independence Gate'로 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소리 나는 대로 적어서 'Dog Rib Mun'처럼 적는 것이 나으냐의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 보면 '독립문'이 갑자기 개의 갈비뼈 문이 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Dog Lib Gate'같은 어정쩡한 주장도 나오게 된다. 이것이 2000년에 나온 일명 '새로운 로마자 표기법'(Revised Romanization)의 배경이다. 여기서 잠깐 '매쿤-라이샤워 영어 철자법'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글의 영어 로마자 표기 방식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온 '매쿤-라이샤워 방식'(MR 방식)은 선교사 아들로 평양에서 출생한 George M. McCune과 동아시아 전문가이며 일본에서 태어나 나중에 하버드 대학 교수가 된 Edwin O. Reischauer이 공동으로 주창한 '소리 나는 대로 적는 한글의 영어 철자법'을 말한다. 이들 MR방식으로 적으면 '부산'은 Pusan이 되고 평양은 Pyongyang이 되는데 '전'씨를 Jeon이 아닌 'Cheon'처럼 적는 방식이다. 판문점을 'Panmunjom'으로 적기 시작한 것도 이 방식에 기초한 것이다. 사실 이 방식은 2000년 개정 방식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에서도 널리 쓰였고 주한 미군에서는 아직도 이 방식을 쓰고 있고 북한은 McCune-Reischauer system을 개선안을 사용 중이다. 그런데 '신라'의 표기를 두고 ShinLa가 나으냐 소리 나는 대로 Shilla가 나으냐의 문제는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갈등으로 남고 결국 MR방식이냐 아니면 글자 본래의 의미를 살려서 표기하는 Yale Romanization(YR)이 나으냐의 문제로 갈린다. (다음에 계속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