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까이 오면서 전기 때문에 온 나라가 걱정 속에 빠졌다.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따라가지 못하는 전력공급이 원인이 되어 전력예비율이 떨어지고 있다. 벌써 단계별 정전계획을 발표하고 지하철의 운행을 줄이고 냉방온도를 통제하고 있다. 6월인데도 기온은 30도를 넘고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에어컨이나 가전제품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2011년 9월 15일의 블랙아웃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온 나라가 대규모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교통신호등이 꺼지고 지하철이 정지하고 공장이나 병원, 공항 등이 정상적인 운행을 중단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한번 블랙아웃이 되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은 계산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는 전력의 수요예측을 잘못하고 여기에 맞춘 발전시설을 제때 갖추지 못한 책임이 클 것이다. 환경보전을 앞세운 환경단체나 일부 반대론자들의 논리에 눌려서 발전시설을 늘리지 못했다. 이것은 정부의 책임도 있지만 발전소의 건설을 자기 집 주위에는 안 된다는 집단이기주의가 큰 이유이다. 둘째로는 싼 전기요금체계이다. 생산원가보다 더 낮은 전기요금은, 석탄이나 경유, 땔감 보다는 사용하기 편한 전기의 사용을 부추겼다. 석유를 수입하여 생산한 전기가 석유보다 더 싼 것이 이해가 되겠는가.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하여 표를 얻기 위해 전기료를 현실화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책은 무엇인가? 당장 발전설비를 늘리는 것도 어렵고 소비절약으로 전기 사용을 억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전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풀지 못한 가장 어려운 문제가 전기를 저장하여 사용하는 문제였다. 발전소는 전기가 필요할 때만 생산하고 불필요할 때는 가동을 중단할 수 없다. 사용하든 안하든 가동하면서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은 전기는 그냥 없어진다. 소멸되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때에 사용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 축전지 즉, 배터리였으나 그 결과는 신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년에 들어서 저장능력이 뛰어난 리튬계열 배터리의 상용화가 일반화되었다. 한번 충전으로 수백 km를 운행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나 전기저장장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미국에서는, 각 지역별 전기회사나 마을 단위, 기업체, 건물, 일반가정에서도 필요한 규모의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에 정전에 대한 대책으로 에너지 저장장치의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다.
정전에 대비한 발전기도 준비해야겠지만, 보완책으로 에너지 저장장치의 사용을 제안하고 싶다. 전력이 남아도는 시간에 충전하여 피크타임에 사용함으로써 블랙아웃 같은 재앙을 방지하고, 낭비되는 에너지를 저장했다 사용함으로써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발전기를 돌리는 시간을 줄여 유류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다. 일정규모의 에너지 저장장치를 준비하면 발전소를 대체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저장장치의 성능이나 생산능력은 세계적이지만 여러 가지 이점에도 불구하고 일반화 되지 못한 이유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각종 발전시설의 증축이나 전기절약 등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전기를 저장해서 쓰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이다. 전기의 증산과 절약도 추진하면서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방안도 병행하여 강구할 때이다. 즉, 에너지 저장장치를 설치하는 시설이나 기업체에 적절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시간대별로 전기 값을 차등화하여, 값싼 시간대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비싼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기업을 독려하여 투자를 늘러 일자리를 만들고 공장을 돌려 좋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공장의 가동을 못하도록 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책이 절실한 때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나성후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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