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의 골이 깊은 건설업종의 대표기업 A사와 최근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 조선업체 B사, 해운업체 C사는 올해 신규채용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지난해 이들 기업은 상ㆍ하반기 30~100여명을 뽑았지만, 국내외 경기 침체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신규채용 계획을 미루거나 포기한 상태이다.
# 국내 금융업계의 선두주자인 D은행은 지난해 92명이었던 해외대학 졸업자 채용규모를 올해는 46명으로 줄였다. 하반기에 진행하는 국내 채용을 지난해와 비슷한 100여명으로 유지한다고 해도 전체 채용은 25%정도 줄어드는 셈이다.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올해 신규채용을 지난해보다 대폭 줄일 계획인 것으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결과 드러났다.
국내외 경기 부진 심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이윤이 실질적으로 대폭 축소된데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반기업정서가 기업의 투자ㆍ고용창출 의지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유럽의 경제 불안과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대내적으로 내수부진까지 겹쳐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위기상황에서 기업활동을 북돋기는커녕 위축시키려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논의되는 것을 볼 때 과연 누가 투자와 고용에 적극 나서겠느냐"고 지적했다.
대다수 기업들은 이윤창출과 부채상환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25개사의 올 1ㆍ4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5%, 9.71% 줄었다. 영업이익은 4.56% 늘었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두 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94%에 달했다. 두 기업을 제외하면 상당수의 기업이 흑자폭이 감소하거나 적자를 본 셈이다.
또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63개사 중 금융업, 결산기 변경, 분할합병 기업을 제외한 569개사의 1분기 이자보상배율(2013년 1`분기 개별 및 별도재무제표 실적기준)은 4.45배로 지난해 1분기(3.38배) 보다 높아졌지만 이자보상배율이 1에도 못 미치는 기업이 무려 175개사(30.8%)로 지난해 동기 166개사(29.2%)보다 늘렀다. 코스피 상장사 10개 기업 중 3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속에 정치권의 거센 경제민주화 요구는 기업들의 투자ㆍ고용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이 설비ㆍ건설ㆍ무형자산에 투자한 액수를 뜻하는 총고정자본형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3.31%로 3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철행 전경련 경제본부 고용노사팀 팀장은 "기업들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며 "기업의 이익은 줄고 실제 투자 집행도 위축되면서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기업들의 투자ㆍ고용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과도한 규제완화 등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이 최선책이라고 주장한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기업들의 기본 입장은 경제민주화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은 자제해 달라는 것이고 기업환경의 기준을 글로벌 표준에 맞춰달라는 것"이라며 "과도한 경제민주화는 기업들을 괴롭게 하고, 생산 기지를 해외로 나가게 만들어 결국 고용시장도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