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 간신히 성공했다. 8회 연속 본선 진출의 값진 성취를 망설임 없이 반기고 치하하기에는 대표팀이 최종 예선에서 보인 전력과 받아든 성적표는 전에 없이 초라하다. 그제 이란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졸전 끝에 1-0으로 패함으로써 축구팬들에게 기쁨보다 더 큰 우려를 남겼다. 이런 걱정을 딛고 본선에서 국민을 다시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새로운 각오로 대표팀을 정비하고 전력을 다져야한다. 앞으로 1년 동안 축구협회를 중심으로 힘과 지혜를 쏟아야 할 것이다.
당장 급한 과제는 새 대표팀 감독 선임이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와 히딩크의 기억이 아니더라도, 대표팀 감독의 리더십은 본선 성적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축구협회는 축적한 경험과 자원을 모두 동원, 최적의 인물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표팀 전력 최대화를 위한 전략적 목표와 방향부터 확실하게 설정한 뒤, 그에 알맞은 감독 후보들을 물색해 면밀히 검토할 일이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최강희 감독이 취임 때부터 최종 예선까지만 맡겠다고 공언한 마당이어서 이미 물밑 협의가 상당히 진행됐다고 한다. 홍명보 전 감독은 선수와 감독 경험을 통해 우리 축구 환경과 대표급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리더십도 어느 정도 검증됐다. 그러나 월드컵 감독은 올림픽과는 또 달리 큰 무대 지휘 경험과 세계 축구 흐름에 적응하는 뛰어난 감각이 필요하다. 따라서 축구협회는 선택의 폭을 넓혀 놓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경험에 비춰 볼 때, 새 감독 선임을 전후해 지나친 논란으로 시간과 정력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지혜를 모아 최선의 선택을 한 뒤, 대표팀 전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계획을 세워 빈틈없이 실행해야 한다. 축구계가 든든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 모두가 성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축구계가 갈 길은 멀고, 과제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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