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는 전쟁을 기념하는 상(像)이 많습니다. 대개 승리에 기여한 영웅들의 상인데요. 이들은 땅 위에 세워 사람들이 우러러보게 했지요. 그러나 위안부 소녀상은 땅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19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 한울관 강의실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평화비)을 제작한 작가 김운성(49) 씨가 100여 명의 학생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학생들이 대답을 못하자 김씨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친구처럼 느끼게 하려고 앉아 있는 소녀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소녀는 발뒤꿈치를 들고 있어요. 온전하게 땅을 못 디디고 앉아 있는 것이죠. 이는 그들의 아픔을 표현한 것입니다. 말 보다 생각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김씨가 밝힌 소녀상 제작 동기와 얽힌 이야기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특강은 이 대학 이종혁 미디어영상학부 교수가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와 산학협력으로 진행한 '디지털PR' 수업의 마지막 시간. 김씨는 위안부 조각상에 동을 입히기 전 단계의 목각 조형물인 원형 소녀상도 가져와 학생들 틈에 자리잡게 했다.
김씨는 "소녀상이 대학에 온 것은 처음"이라면서 "요즘 대학생들은 전쟁의 무서움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전쟁의 공포를 대학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번 특강 요청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김씨에 이어 그의 아내인 김서경(48) 씨도 함께 강단에 섰다. 그는 "소녀상은 단발머리지만 자세히 보면 머리가 뜯겨 있다"며 "원래 머리카락을 땋아 댕기를 드린 소녀의 머리가 일제에 의해 뜯겨 나갔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 부부는 8월 5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위안부 소녀상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구상한 '위안부 문제 알리기 아이디어'를 강의실 내에 전시하고 소녀상 원형에 팔찌를 달아주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이종혁 교수는 "위안부 소녀상이 대학 캠퍼스를 찾아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며 "대학 강의실이라는 학문적 공간을 사회적 공간으로 만든다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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