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경제권력기관장들과 조찬회동을 갖고 국회의 과도한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에 정색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 중 과도하게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이런 법안이 정부정책으로 오해 받지 않도록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은 적극 대응하겠다." 이 자리에는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이 참석했다.
현 부총리가 이들 기관장들을 직접 불러 모은 것이 처음이라는 사실에서 정부의 다급한 심정과 무거운 의지가 읽혀진다. 전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에게 "경제민주화 관련정책이나 입법이 기업들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과도하게 왜곡되거나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 것도 그런 맥락에 있다.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정부가 요즘 경제민주화를 걱정하는 것은 정치권과 각 부처 및 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잉 움직임 때문일 것이다. 공정거래위가 한때 재벌총수일가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추정하는 이른바 '30%룰'을 밀어붙이려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정부 기류를 놓고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모든 정책은 그 대상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인만큼 언제든 수위와 속도 조절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환란 때보다 더 심하다는 경제 상황에서 명분과 목표만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갑을관계법, 3배 손해배상제 등 기업제재를 강화하는 입법들은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먼저 철저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정상적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정도로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 기업 지배구조와 같은 거버넌스에 변화를 일으키는 법안은 그야말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현 부총리가 조찬회동을 하던 그 시간 그 근처에서 국회 여야 대표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6월 임시국회에서 최대한 처리하기로 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치권의 과속 과욕, 그리고 정부와의 엇박자가 심해지면 경제민주화 입법은 호랑이 등에 탄 형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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