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ㆍ정치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실시 문제로 여야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을 조짐이다. 민생 문제에서만큼은 여야가 손을 잡을 듯 했던 분위기가 국조 실시를 둘러싼 격한 이견으로 험악해지고 있다.
여야는 전날에 이어 18일에도 이 문제에 대해서 거친 공방을 계속했다. 이날엔 양당의 최고 지도부가 모두 나서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향해 "정권 흔들기용 공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향해 "여야 협력관계가 끝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민주당은 검찰수사가 끝난 만큼 지난 3월 여야 전임 원내대표 합의대로 즉각 국조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원 직원 매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니 수사 종료 이후 국조 실시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첫 회동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견해차만 확인한 채 합의에 이르지 못해 긴장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양당 원내대표도 이 문제로 날선 설전을 벌였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며 "확실한 물증이 있으면 '제보에 따르면'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제대로 공개하고 떳떳하게 하는 게 당당한 태도"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또 "야당이 물증 없이 불확실한 제보로 특정인을 거명하며 몸통 배후설을 거론하고 직접 관계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는 등 정권 흔들기용 공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이제 검찰수사가 마무리된 만큼 군말 없이 국정조사에 협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조속한 국조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경찰의 축소 배후, 이명박 전 대통령 보고 여부, 윗선 개입 여부 등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새누리당의 국정원 비호가 말해주는 것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공범이란 심증이 자꾸만 커진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커 국조 실시 여부에 대한 접점은 쉽게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여야가 당분간 이 문제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며 민생법안 처리 등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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