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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6월 18일] 6· 25와 미· 중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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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6월 18일] 6· 25와 미· 중의 오판

입력
2013.06.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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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5 전쟁 60주년이 1주일 앞이다. 올해 6· 25의 감회는 유별난 느낌이다. 6· 25를 전후해 전쟁 당사자 한국과 미국, 중국이 잇달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문제를 논의했거나 곧 그럴 예정인 것이 공교롭다. 불행한 역사의 교훈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만하다.

6· 25 전쟁의 기원(起源)과 교훈에 관한 학자들의 탐구는 요약하는 것조차 턱없이 벅차다. 그런 가운데도, 전쟁의 결과를 좌우한 미국과 중국의 오판(誤判)에 관한 평가는 되새길 만하다. 두 나라는 지금도 한반도 지정학에 결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전쟁의 기원에 얽힌 북한과 소련의 오판은 잘 알려졌다. 김일성은 친북세력의 호응에 힘입어 이내 통일을 이룰 것으로 믿었다. 소련의 스탈린은 김일성의 호언장담을 믿었다. 그게 민족사에 참혹한 불행을 불렀다는 것이다.

미국의 오판은 전쟁의 성격, 침략의 목표에 관한 것이다. 트루만 정부는 6· 25를 세계 적화(赤化) 음모의 일환으로 보았다. 남침을 중· 소 전략적 합작품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 서둘러 파병하는 동시에, 대만 방어를 위해 7함대를 급파하고 베트남의 프랑스군 지원을 늘리는 등 중국에 위협적인 군사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적극 대응은 우리에겐 천우신조(天佑神助)였다. 그러나 중국의 마오쩌둥은 미국의 움직임을 막 승리를 거둔 국공(國共)내전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로 보았다. 또 한반도와 일본,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베트남을 잇는 '뱀 같은 선'을 따라 중국을 포위, 봉쇄하려는 전략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미국의 북진을 저지하지 않으면, 일본 제국주의 침략이 그랬듯 만주와 중국 본토에서 미국과 맞부딪칠 것을 두려워했다.

현실정치 분석에 탁월한 헨리 키신저는 초반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미국은 '운명적 선택'의 기회를 얻었던 것으로 본다. 그에 따르면 당시 최선의 선택은 중국 국경에서 떨어진 청천강-원산선(線)까지 진출,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전략적·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것이었다. 청천강-원산선은 한반도 북부의 가장 좁은 병목으로 방어선 길이가 200km 이하였다. 압록강 한만(韓滿) 국경선은 그 4배 가깝다. 평양을 비롯해 북한 인구의 90%가 있는 청천강-원산선 이남을 점령한 뒤 그 북쪽을 비무장지대로 만드는 휴전안을 제시했다면, 한반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트루만은 맥아더의 예상 밖 성공에 취해 압록강 진출을 묵인했다. 중국에 타협 제안도 미뤘다. 완전한 승리를 자신한 맥아더는 중국이 개입하자 만주 폭격과 대만 국부군 투입까지 주장했다. 군사지휘관의 위치를 벗어난 맥아더는 해임됐으나, 이번에는 마오쩌둥이 미군 축출을 꿈꾸는 오판을 했다.

이 때 미국은 다시 중국의 역량과 소련의 위협을 오판, 승리도 패배도 아닌 교착상태(stalemate)를 스스로 택했다. 중국은 기습 개입으로 초기에 승리했으나, 미국의 전면전에 맞설 힘은 없었다. 그런데도 미국이 교착상태를 택한 것은 소련과의 세계대전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핵전력에서 크게 뒤진 소련은 미국과 정면으로 맞설 뜻이 없었고 중국 지원에도 소극적이었다. 스탈린은 대중 군사지원에 현금 상환을 요구, 뒷날 중· 소 분쟁의 씨앗이 됐다.

키신저의 분석은 오늘날 한반도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6· 25 전쟁 당사국은 여전히 한미 동맹과 북중 동맹으로 갈려 대치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경쟁과 협력'을 표방하면서도, 서로 전략적 의도에 불신을 갖고 있다. 그에 따른 오판 가능성은 우리와 한반도의 앞날에 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음 주 한중 정상회담은 이런 장애를 낮추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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