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 식당에서는 흥미로운 점심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4ㆍ24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나란히 입성한 새누리당 김무성 이완구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오찬 회동을 가진 것이다.
이날 회동은 5선으로 선배 격인 김 의원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일종의 '국회 입성 동기 모임'인 셈이다. 성격상 특별히 무거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지만 만남 자체가 관심을 끌었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여당의 주요 역할을 하게 될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고, 안 의원은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힐 정도로 정치적 비중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지난해 대선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대선 승리에 기여했던 김 의원은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고 있고, 충남지사를 지낸 이 의원은 충청권 맹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선 실패 후 초선 금배지로 여의도에 입성한 안 의원은 갈수록 정치적 보폭을 확대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모임을 주선한 김 의원은 "재보선으로 등원한 의원들이 만나 식사도 하고 관심거리를 나누는 게 국회 관행"이라며 "제가 선수가 많다 보니 연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이날 모임에서 사적인 얘기와 함께 국가의 미래비전과 관련된 얘기 등을 두루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이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한 관심을 표하자 안 의원은 "19일에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니 와 달라"고 요청했고,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참석을 약속하기도 했다. 세 사람은 안 의원이 주최해 다음 모임도 갖기로 했다.
이들은 그러나 순수 친목 모임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은 경계했다. 이 의원은 "정치적인 것은 아니고 정말 순수한 계기로 만들어진 모임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모임을 마친 뒤 국가정보원의 대선ㆍ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가기관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국정원장이 직접 지시하고 조직이 그것을 따르고, 서울지방경찰청장까지도 그 일들을 무마하는 이런 일련의 일들이 정말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책임자들을 색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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