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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6월 18일] 담배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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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6월 18일] 담배에 대한 단상

입력
2013.06.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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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졸음을 참기 위해 바람이 들어오는 교실 문 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복도 끝 계단에 앉아 있는 학교 청소원 아저씨가 보였다.

복도와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던 50대 가량의 그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청자' 담배갑을 꺼낸 뒤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었다. (실내에서 학교 관계자가 흡연하던 시절이니 참 옛날 이야기긴 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한번 쓱 훔치더니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휴식의 달콤함인지, 흡연의 만족감인지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내내 지으며 한 개비를 끝까지 태우고선 일어났다.

그의 흐뭇한 표정 속에 묻어난 담배 맛이 너무나 궁금해서 하굣길에 청자 담배를 샀다. 아마도 가게 아주머니에게 어른 심부름이라고 속여 구입했으리라.

하지만 연기가 목을 넘는 순간 그 아저씨처럼 담배가 오랜 벗 같은 존재로 느껴질 것이란 환상은 깨졌다. 그저 쓰고 탁하기만 했던 게 담배와의 첫 인연이다.

최근 들어 흡연에 대한 제재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어 담배에 얽힌 나의 옛 이야기를 잠시 떠올려봤다.

지난달 31일은 세계보건기구(WTO)가 정한 금연의 날이다. 이 시기를 맞춘 것인지는 몰라도 정부는 흡연 제재 방안을 잇달아 내놓았다. 7월부터는 면적 150㎡ 이상 일반·휴게 음식점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업주와 해당 손님은 과태료를 내야 한다. 2015년엔 모든 음식점에서 실내 흡연이 금지 된다.

또 8일부터는 PC방이 금연 지역으로 지정됐으며, 공군은 흡연자를 조종사 선발에서 배제키로 했다.

이밖에 서울시만 해도 강남대로를 비롯해 광장, 공원, 버스정류소, 학교 주변, 놀이터 등 3,300여 곳을 금연 구역으로 정했고 이 같은 조치는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는 서울 전체 면적의 20% 가량이 금연 구역이 된다고 한다. '흡연 천국'으로 불리던 우리나라가 가히 '금연공화국'으로 변모하는 느낌이다.

이쯤 되니 흡연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흡연자들의 인권만 생각하고 흡연자들의 행복추구권은 안중에도 없는 조치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비흡연자들은 자못 흡족해하는 분위기다. "간접 흡연으로 인한 고통을 아느냐"며 흡연자들을 향해 더욱 집중 포화를 퍼붓는 양상이다.

세계적으로 흡연자들이 구석으로 점점 몰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실외에 이어 옥상으로, 길거리에서도 특정 지역에서만 불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쫓기는 신세다.

세상이 변하다 보니 흡연자들도 예전과는 달리 비흡연자들에 대한 배려에 나름대로 애쓰고는 있다. 과거에는 시내버스나 심지어 지하철 안에서도 버젓이 연기를 내뿜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았었기에 그렇다.

하지만 비흡연자들이 그간 당한 고통과, 지금도 직간접적으로 입고 있는 피해를 생각하면 여전히 흡연자들이 가해자 입장이란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흡연자들이 조금 더 불편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흡연이 자유로운 공간에서는 담배에 자주 손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흡연자들은 '측간과 친정에 이어 흡연구역도 멀수록 좋다'고 생각하기로 하자.

비흡연자들에게는 흡연자들을 너무 미워하거나 적대시 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가뜩이나 팍팍한 현실 속에 담배마저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살라는 거냐'고 항변하는 이들의 절절한 심정이 단순히 흡연을 위한 핑계만은 아닐 수 있으니 말이다. 나도 이제 30년 전 그 아저씨처럼 흡연 속 휴식이나 즐기러 가야겠다. 물론 비흡연자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염영남 사회부장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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