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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과 바보역 김수현이 1020 여성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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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과 바보역 김수현이 1020 여성 녹였다

입력
2013.06.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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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수현(25)이 슈퍼맨을 눌렀다. 김수현이 출연하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 수 600만을 바라보며 '맨 오브 스틸'을 제쳤다. 이처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10~20대의 열광팬을 몰고 다니는 김수현의 힘 덕분이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 집계에 따르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105만3,989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누적 관객수는 526만 7,937명으로 집계, 관객 수 6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는 김수현 외에 볼거리가 없다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차라리 김수현의 화보를 사보는 게 낫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김수현의 인기와 매력은 젊은 여성들을 무섭게 빨아들였다. 살인병기 남파간첩역과 동네바보역을 오가며 상반된 연기를 자연스럽게 펼친 김수현의 두 얼굴이 관객들의 가슴에 제대로 파고 든 것이다.

김수현 팬덤 효과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10ㆍ20대 여성들을 대거 극장을 끌어들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력, 강한 남성성, 중저음의 목소리 등으로 10대 여성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여성성이 강조된 중성적 느낌의 꽃미남 배우와 아이돌 가수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연예계에서 단연 돋보인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극중 마을 사람들이 누구나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동네 바보, 그래서 보는 관객들도 옆에 있어 마음 놓을 수 있는 그런 바보를 연기하는 게 목표였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그렇게 사랑 받는 웹툰의 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부담됐고 겁도 났지만 캐릭터에 도전하는 입장으로 용기를 냈다고 한다.

1988년생으로 올해 26세인 그는 2007년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로 데뷔한 6년 차 배우다. 이후 '정글피쉬',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과 인지도를 올렸고, 2010년 드라마'드림하이'에 이어 2012년 '해를 품은 달'에서는 결국 첫사랑 허연우(한가인 분)를 품은 왕이 되었다. 또한 영화 '도둑들'에서는 순정파 막내 도둑 잠파노를 맡아 예니콜 전지현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해를 품은 달' 이후 너무 뜨거운 관심에 바깥출입도 자제하고 한동안 칩거했다. 활동을 쉬는 동안 대학생의 본분으로 학교로 돌아가 성실하게 공부하며 자신을 다잡았다고 한다.

톱스타 대열에 합류했지만 여전히 그는 만화책 보는 걸 좋아하고 연애도 하고 싶은 평범한 20대다. 그는 "개인적으로 남자는 28세 이후에 남자 냄새가 나고 여자는 27세 정도에 가장 색깔이 또렷하게 난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은근히 자신이 그 나이에 접어들었음을 과시한 적도 있다.

4수 끝에 중앙대 연극영화과 09학번인 그가 입학하기 전 4수를 했던 시절에 남겼던 글이 최근 인터넷에서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입시생 여러분들은 재수하지 마시고 삼수 하지 마시고 사수하지 마세요. 저처럼 됩니다. 이건 뭐 여유가 전혀 없이 노래방에서 남은 시간 1분에 다른 노래 선곡하는 느낌이랄까"라며 당시의 소회를 적었다. 또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건가', '잠을 자도 되나',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에 온갖 잡생각에 사로 잡혀…. 그런데도 왜 다크써클이 심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버스와 지하철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자신의 강점을 알면서도 약점도 숨기지도 않는 순수한 김수현. 고등학교 시절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고자 우연히 시작한 연기를 통해 자신의 틀을 깬 그는 이제 그저 얼굴로만 승부하는 꽃미남 배우라기보다 내면의 연기를 세밀하게 음미하며 펼치는 큰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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