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경영평가 결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고 첫 번째 실시된 경영평가인데다 그 결과에 따라 공공기관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적임자를 기관장에 임명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욱이 많은 공공기관들이 직면한 과다한 부채, 구조적인 수익성 악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를 찾아야 박근혜정부의 순조로운 국정운영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의 최고경영자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적 요건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이에 대해 간단명료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공공기관의 책임자는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철학의 공유만으로 정부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었다 보기는 어렵다. 공공기관의 책임자는 정부가 정한 정책목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도 해당 기관의 재무적 건전성과 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균형감각을 겸비해야 한다. 국가적인 정책과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만일을 대비한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치밀함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는 해외자원 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하였고, 그로 인해 다수의 공공기관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여 결국 대규모 부채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전략적 치밀성은 기관장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건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공공기관의 경영을 책임지는 기관장은 고유 업무에 관한 전문성과 대외적 협상력을 동시에 보유할 필요가 있다. 이미 박 대통령은 정부구성과정에서 행정, 경제, 안보분야 등에서 전문성을 축적한 인사를 중용하면서 전문성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고유 업무에 대한 전문성 외에도 기관장은 대외적인 협상력과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민간 기업과 다르게 공공기관은 중앙정부의 소관부처와 관련 지방정부들과 늘 조정과 타협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외적인 능력은 특히 국회와 국민을 대상으로도 발휘될 필요가 있다. 국회의 국정감사나 정책심의에서 기관의 업무를 설명해야할 책임과 국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책임이 기관장에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의 정책추진은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이해 충돌을 유발하기에 국민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이해를 절충하는 능력은 정책성공에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해묵은 공공기관장 낙하산 논쟁은 대내적 전문성과 대외적 조정능력에 가운데 무엇을 중시할 것인가에 대한 이견으로 보인다. 기관 고유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 관료 출신 낙하산 기관장도 문제이지만, 전문성은 있으나 대외적 협상력이 없는 기관장도 적합하지 않다.
셋째로 시스템 경영을 구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몇몇 의욕이 넘치는 기관장들은 자신의 임기 내에 역사에 남을만한 큰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훌륭한 성과로 기관에도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지만, 이런 경우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관리기법을 따르기보다 기관장 개인의 판단과 결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기관에 커다란 짐을 남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미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상당한 수준의 경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체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행정의 노하우를 가진 인물이 의욕적으로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공공기관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뛰어 넘어설 수 있는 창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많은 공공기관들은 오랫동안 정부로부터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 받아 땅 짚고 헤엄치기 식 경영을 해왔지만,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이제 그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존립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관의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도 기관장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요건이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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