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북한의 북ㆍ미 고위급 회담 제안에 대해 15일(현지시간) 밤 늦게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케이틀린 헤이든 대변인은 이날 전격적인 북한의 제안에 대해 "발표내용이 있으면 알려주겠다"고만 밝혔다. 북한의 회담 제안 시각이 미 워싱턴 기준으로 토요일(15일) 저녁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시각으로 화요일은 돼야 미 정부의 공식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정가는 일단 미 정부가 북한의 제안에 즉각적으로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비핵화 약속 이행'이라는 대북 대화 원칙을 꾸준히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미 정부는 북한이 담화에서 비핵화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이 강조한 "비핵화는 김일성ㆍ김정일 유훈"이라는 대목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 동안 미국이 강조해 온 '진정성있는 비핵화 의지'와 '말이 아닌 행동'이라는 기본 원칙에 북한이 일정 부분 호응해온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무부 제임스 줌왈트 동아태 부차관보는 지난 13일 일본 도쿄를 방문, 북ㆍ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북한과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에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기존 합의를 기반으로 해서 북한과 대화하기를 강하게 원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합의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ㆍ미 고위급 접촉은 모두 4차례였다. 2009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이 첫 대화였다. 보즈워스 특사는 강석주 당시 외무성 제1부상(현 내각 부총리) 등을 만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9ㆍ19 공동성명 이행 등을 촉구했다.
이후 1년7개월이 지난 2011년 7월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을 방문해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제1차 고위급 회담을 했다. 이어 석달 뒤인 10월 말 북한과 미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2차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김 제1부상과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수석대표로 참여한 회담에서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 문제와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 등을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고위급 회담이 가장 최근 이뤄진 양국 간 접촉이었다. 김 제1부상과 미국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수석대표로 참석했으며, 양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과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등에 합의한 '2ㆍ29합의'를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해 4월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서 합의는 이행되지 못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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