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보 285호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을 위해 암각화 전면에 일종의 이동식 투명댐을 설치하기로 했다. 투명한 재질(플라스틱)의 보호막으로 이뤄진 소규모 댐으로 일명 '카이네틱 댐(Kinetic Dam)'으로 불린다. 수위 변화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이동과 해체가 용이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둘러싼 정부와 지역 주민간 갈등이 10년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변영섭 문화재청장, 박맹우 울산시장 등 관계 기관장들은 업무협약(MOU)를 통해 카이네틱댐 설치 추진에 합의했다.
정부는 지반조사와 구조안전성 평가, 사전 테스트 등 3개월 정도의 기술적 검토를 거쳐 전문가들이 괜찮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댐을 설치할 계획이다. 국무조정실은 다음 주부터 기술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댐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댐 설치에는 1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며 문화재청이 70%, 울산시청이 30%씩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검토 결과, 카이네틱댐이 항구적 보존 방안으로 적절치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임시 대안으로 카이네틱댐을 설치하되 관계부처가 다시 보존 방안을 찾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그 동안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 원인인 인근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울산시는 이 방안이 주민 식수난을 유발한다며 생태제방 설치를 주장하는 등 서로 대립해왔다.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 최초의 고래사냥 기록을 담은 선사시대 바위 그림으로 1965년 사연댐이 건설된 후인 1971년 뒤늦게 발견돼 댐이 지어진 후 침식작용으로 길게는 연중 8개월 가량 물에 잠겨 매년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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