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적응이 안돼요."
'타격 기계' 김현수(25ㆍ두산)가 9구단 체제에 아쉬움을 표했다. 두산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휴식 중이다. 4월15~18일, 5월24~27일에 이어 올 시즌 세 번째로 경기가 없는 사흘이다. 그런데 김현수는 "휴식이 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경기 하는 게 더 낫다"고 했다. "타격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훈련 장소도 마땅치 않아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는다"는 설명이다. 김현수는 특히 "잠실 구장을 쓰는 두산과 LG 선수들은 사흘 휴식이 달갑지 만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오전 훈련, 능률이 떨어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6일 현충일을 맞아 4개 구장에서 일제히 오후 2시 경기가 열리도록 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스케줄, 공휴일 야구팬들을 배려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각 구단 감독들과 선수들은 "누구를 위해 2시 경기를 하는 지 모르겠다"며 일침을 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일찍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에 있었다. 선수들은 평소 오후 6시30분 경기에 맞춰 생활 리듬을 유지한다. 취침 시간, 기상 시간, 그리고 식사 시간까지 일반인과 다르다. 늦게 출근해 늦게 퇴근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하지만 2시 경기로 인해 3~4시간 빨리 일어나야 했다. 훈련이 시작되는 시간은 대략 오전 10시. 자야 할 시간에 방망이를 잡는 꼴이었다. 선수들은 "피로감이 쉽게 쌓여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날 경기는 물론 다음 경기에서 지장을 준다"고 하소연 했다. 이처럼 줄곧 유지했던 루틴을 깨는 건 고역이다.
그런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 선수들은 사흘 휴식 동안 매번 오전 훈련을 해야 한다. 두산이 쉬는 기간엔 LG가 홈 경기를, LG가 쉴 때는 그 반대다. 14~16일 역시 잠실 구장에서는 LG와 넥센의 경기가 열려 두산은 오전 훈련을 소화했다. 두산 관계자는 "금요일에는 오전 11시, 토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훈련을 했다"며 "일요일은 훈련 없이 휴식이다. 다만 평소 오후 훈련을 하는 월요일에는 비 예보가 있어 다시 오전 훈련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김현수는 "9구단 체제가 빨리 없어져야 한다. (오전 훈련에 이은 오후 경기 탓에) 우리는 매번 시차 적응을 해야만 한다"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많이 힘들 것이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휴식 후 타율 떨어지는데…
사흘 휴식으로 피해받는 포지션은 역시 야수다. 투수 보다 타자들이 타격감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는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배팅볼 투수들의 공을 치는 건 느낌이 다르다. 실제로 사흘 휴식 후 첫 번째 경기에서 대부분 타자들의 타율이 떨어졌다.
15일 현재 3할1리의 타율을 기록 중인 김현수는 지난달 24~27일 휴식 후 부산 롯데전에 3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당시 선발은 오른손 김수완. 하지만 김현수는 4타수 무안타에 삼진 1개로 부진했다. 다만 4월 15~18일 휴식 후 치른 19일 잠실 한화전에선 오른 발목 뼛조각 통증으로 교체돼 기록이 없다.
LG 박용택도 사흘 휴식 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현재 타율은 3할4리. LG는 4월19일~22일, 5월13일~16일 휴식을 가졌는데 4월23일 잠실 삼성전은 우천으로 취소됐고 5월17일 잠실 KIA전에서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 밖에 타율 1위 최정(0.358ㆍSK), 2위 손아섭(0.332ㆍ롯데) 3위 조영훈(0.331ㆍNC)도 사흘 휴식 후 첫 경기에서 나란히 타율이 뚝 떨어졌다. 최정은 10타수 2안타(0.200), 손아섭은 9타수 1안타(0.111)다. 5월 중반부터 주전으로 맹활약 한 조영훈 역시 3타수 무안타. 이래저래 홀수 구단 체제가 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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