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는 김일성ㆍ김정일 유훈”이라며 미국에 고위급회담 제안
-한미중 ‘비핵화’ 압박 속 통미봉남 통한 우리 정부 압박 의도인 듯
북한이 16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 담화를 통해 북미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지 5일 만에 대화 공세의 포문을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혈맹 관계로 여겨졌던 중국마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에 대한 공감대 넓혀가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대화 제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치적 압박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국방위 대변인은 이날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조(북)ㆍ미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며 “군사적 긴장 완화ㆍ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ㆍ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 등 양측이 원하는 여러 문제가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 시기와 장소에 대해선 우리 측에 제의했던 것처럼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며 “미국은 진정으로 ‘핵 없는 세계’를 바라고 긴장 완화를 원한다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북한)의 대범한 용단과 선의에 적극 호응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비핵화와 관련해 “조선(한)반도의 비핵화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며 “우리(북한)의 비핵화는 남조선(한국)을 포함한 조선(한)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김정일의 유훈’으로 적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미 대화에 앞서 비핵화 조치가 행동으로 담보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북한과의 독자적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4일(현지 시간) “남북관계의 지속적 개선이 없다면 북미관계의 근본적 개선은 있을 수 없다”고 선(先) 남북대화를 강조했다.
북한은 비핵화를 의제로 거론하면서도 “핵 보유국으로서의 우리의 당당한 지위는 그 누가 인정해주든 말든 조선반도 전역에 대한 비핵화가 실현되고 외부의 핵 위협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유지될 것”이라며 핵ㆍ경제발전 병행 노선 고수 방침을 밝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완전히 ‘노’(No)라곤 하지 않더라도 북핵 관련 사전 조치를 요구하는 등 공을 다시 평양에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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