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제주에 남긴 '태평양전쟁 상흔' 관광자원화
알뜨르비행장·셋알오름 동굴진지 등
태평양전쟁 시기(1941년 12월∼1945년 8월)에 일제에 의해 제주도 내에 구축됐던 비행장, 고사포진지, 격납고, 지하벙커, 지하동굴진지 등 군사시설 유적이 관광자원화한다.
제주도는 16일 이들 태평양전쟁 유적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조만간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겨 연말까지 알뜨르비행장과 셋알오름 동굴진지 등 등록문화재를 중심으로 도 전역에 있는 일제 군사시설 종합정비 및 활용 계획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태평양전쟁 유적인 알뜨르비행장은 일제가 중국 공격을 목적으로 1935∼1944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일대 185만㎡에 만든 군사시설이다. 현재 19개의 비행기 격납고가 남아있다. 이 격납고는 소위 가미카제호로 불리는 자폭용 비행기를 숨겨놓기 위한 용도였다. 활주로 주변에는 일본군 통신시설로 추정되는 지하벙커가 있다. 너비 28m, 길이 35m 규모다. 관측용 통로와 입구 2곳이 있다.
비행장 인근인 셋알오름에 구축한 동굴진지는 내부 구조가 바둑판형으로 전체 길이가 1,220m, 폭과 천장 높이가 2∼5m로 소형 차량의 운행이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의 갱도진지다. 대규모의 병력과 군수물자를 비축하기 위해 만들었다. 노출된 입구는 6개인데 2개의 입구는 미완공 상태로 남아있어 수세에 몰려 패망으로 치닫던 당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셋알오름 정상에 구축한 고사포진지는 반경 4.5m, 높이 1.5m로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원형 구조물이다. 일본군이 미군의 알뜨르비행장 공습을 방어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동굴진지는 제주시 사라봉, 어승생악, 서귀포시 가마오름, 송악산 등에 산재해 있고 제주시 서우봉, 서귀포시 일출봉, 송악산 등 해안에는 해안 특공기지가 있다.
도는 2011년 제주시 동 지역(옛 제주시권)의 오름 등에 구축된 일제 군사시설을 전수조사해 도두봉, 견월악, 산천단 등 모두 24곳에서 163개의 동굴진지를 확인했다.
서귀포시 지역에서는 41개소에서 249개의 동굴진지가 확인됐다.
도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제주시 읍·면 지역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벌여 보존 및 활용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국가지정 문화재로 등록된 도내 일제 군사시설은 송악산, 사라봉, 어승생악, 가마오름, 우도봉, 셋알오름, 일출봉 해안, 송악산 해안의 동굴진지와 비행기 격납고,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지하벙커, 셋알오름 고사포진지 등 13건이다.
현희철 제주도 문화재보수 담당은 “용역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과 협의를 벌여 연차적으로 사업을 추진, 관광자원이자 역사문화 및 평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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