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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집, 창문·벽만 고쳐도 에너지 40%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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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집, 창문·벽만 고쳐도 에너지 40% 줄인다

입력
2013.06.1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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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절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런데 전력뿐 아니라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버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건물마다 에너지 효율을 조금씩만 높여도 국가 전체적으로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에너지 효율에 가장 취약한 건물이 바로 저소득층 거주지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기연)과 한국에너지재단은 2010년부터 전국 저소득층 주택을 개ㆍ보수해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에기연이 혜택을 받은 약 1,500가구를 분석한 결과 가구당 에너지가 평균 약 40%나 절감됐다. 선진국에선 오래 전부터 시작된 '에너지 복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단열 정도가 에너지 효율 좌우

가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용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난방이다. 국토교통부(옛 국토해양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 가정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약 65%가 난방용, 17%가 온수(급탕)용, 13%가 냉방을 포함한 전력용, 5%가 취사용이다.

주거건물에서 난방 에너지의 효율을 좌우하는 부분은 창문과 지붕, 벽체다. 바닥 난방으로 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다 창문으로 열이 빠져나가면 난방을 아무리 해도 방 안에서는 냉기를 느끼게 된다. 게다가 더운 공기가 찬 외부로 빠져나가는 창문에 이슬이 맺히면서(결로현상) 근처 벽까지 눅눅해져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벽이나 바닥, 지붕, 창문 등을 사이에 두고 일정한 온도 차이가 날 때 단위 시간 동안 전달되는 열에너지의 양을 '열관류율'이라고 한다. 이 값이 작을수록 열 손실이 적다는 뜻이다. 복층유리 창문의 열관류율은 단층유리의 대략 3분의 2 수준이다. 적외선을 반사하는 특수 유리를 쓰거나 아르곤처럼 열전도율이 낮은 기체를 주입한 창문은 열관류율이 단층유리의 절반 가까이까지 떨어진다.

일반적인 공동주택 제일 위층 측면에 위치한 세대에서는 지붕으로도 난방 에너지의 약 16%가, 벽체로도 15%가 빠져나간다. 열이 드나들면서 난방은 물론 냉방 효과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다. 단열재의 종류나 설치 위치 등이 에너지 소비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단열재로 흔히 쓰이는 건 열 전달이 적은 발포폴리스티렌(스티로폼)이나 유리면, 우레탄 등이다. 습기가 많은 곳엔 발포폴리에틸렌이나 인슈레이션 보드, 시공이 어려운 코너 부위엔 셀룰로오즈 파이버 등이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벽체 내부에서도 단열재를 실내와 가까운 부분이나 가운데에 넣는 것보다 실외 쪽에 설치하면 에너지 손실을 좀더 막을 수 있다.

가구당 200만원 개ㆍ보수 혜택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려면 일단 구조적인 문제부터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저소득층주택 에너지효율개선사업단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저소득층 가구에 주택에너지진단사를 보낸다. 주택에너지진단사는 일정 기간 동안 에기연과 에너지재단 등에서 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해 활동한다. 세대주 인터뷰, 노후 부위 확인, 창호와 벽체 등 내부 구조 파악 등을 통해 공사 내용과 규모, 비용을 산출하고, 에기연이 개발한 주택에너지진단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사 후 에너지 사용량까지 예측하는 것이다.

보통 저소득층 주택에서 에너지 효율에 가장 취약한 구조 역시 창문과 벽체다. "워낙 낡고 오래 된 집들이 많아 아예 단열재가 없거나 창문과 벽 사이에 휑하니 틈새가 벌어져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사업단의 장철용 에기연 녹색건축센터장은 전했다.

진단 결과를 근거로 시공업체는 집집마다 적합한 단열재를 넣고, 창문을 교체하는 등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구조로 바꿔준다. 공사 후 일정 기간 동안은 사업단이 해당 주택의 실제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해 효율 변화를 확인한다.

이 사업에 드는 예산은 연간 약 400억원이다. 전국 약 150만 저소득층 가구 중 1년에 2만~3만 가구가 혜택을 받는다. 가구당 150만~200만원 꼴이다. 장 센터장은 "정부가 해마다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50만~80만원(가구당)을 장기적으로 점점 줄여갈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오징어 1마리=석유 1.8리터"

이 사업은 1970년대부터 미국 에너지부(DOE)가 해오던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WAP)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에는 이미 이 같은 에너지 복지 개념이 활성화해 있다. 단순한 물질 지원이 아니라 생활환경을 개선해 비용 절감 효과를 유도하는 한 차원 높은 복지 서비스다.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에너지 복지를 점차 확대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현재 저소득층을 비롯한 농업, 어업, 임업 등 여러 분야에 지급하는 에너지 보조금 대신 저렴하고 사용이 편한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자는 것이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가구에 난방비를 지원하는 대신 태양광에너지 설비를 갖춰주고, 어촌에 면세유 대신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식으로 말이다.

황주호 에기연 원장은 "오징어잡이 배에서 전구와 변압기, 냉동장비, 디젤엔진 등을 돌리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 때문에 오징어 1마리 값이 석유 1.8리터와 맞먹는 게 현실"이라며 "석유와 석탄이 장악하고 있는 기존 에너지 시장에 신재생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침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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