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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수사결과 발표] 증거 찾을 때마다 "오, 오" 놀라거나 박수… 다음날엔 "없는 것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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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수사결과 발표] 증거 찾을 때마다 "오, 오" 놀라거나 박수… 다음날엔 "없는 것으로 하자"

입력
2013.06.1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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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국정원 국내 정치개입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의 분석 내역을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결정적 증거인 '작업 현장의 녹화영상'을 확보한 덕분이다. 영상에는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노트북을 분석하며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순간과 윗선의 지시를 받은 뒤 증거은폐에 고심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검찰이 공개한 영상의 녹취록에 따르면, 분석관들은 분석 착수 초기인 지난해 12월 15일 새벽 4시쯤 "이제 분석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A 분석관이 "주임님, 닉네임이 나왔네요"라고 말하자 다른 분석관 2명이 박수를 쳤다. A 분석관은 "피곤하죠? 한 시간이면 끝나겠죠?"하고 물었고, 다른 사람이 "우리가 찾았네, 일단 이 사람이 쓴다는 부분이 나왔네"하고 답하자 "고기 사주세요"라며 기뻐했다. 이어 "이거는 수사팀에다 구두로 넘겨주자, 있는 것이 중요하니까. 팩트만 넘기고, 판단은 거기서 하게 하자"고 말했고 다른 분석관들도 동의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팀에 있는 그대로 증거를 넘겨주려 한 것이다.

그 밖에 하드 디스크에서 '저는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라는 문서를 발견한 분석관이 "오, 오, 갓 잇(Got it)"이라며 놀라는 모습, 또 다른 분석관이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특정 닉네임을 사용해 인터넷 게시판에서 '다음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될 수 없는 이유'라는 글을 추천한 사실을 찾아내고 "빰바바밤"하고 외치는 장면 등도 등장한다. 이들은 김씨가 ▦업무적으로 몇 개 사이트만 반복 접속한 정황 ▦10월부터 집중적으로 오후 2시 이후 작업을 한 패턴 등도 발견한다.

적극적이던 이들의 태도는 16일을 기점으로 반전된다. 검찰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허위 보도자료 작성 지시를 내린 뒤 분석관들이 태도를 바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16일 오후 3시 30분쯤에는 한 분석관이 "비난이나 지지 관련 글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쓰려 그러거든요"라고 말한다.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분석 결과를 끼워 맞춰야 한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다. 분석관들은 또 "결과적으로 없는 것으로 하자", "누구든지 대답하면 안 된다"거나 "진짜 이건 우리가, 지방청까지 한번에 훅 가는 수가 있다"며 사태를 걱정하기도 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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