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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수사결과 발표] 원세훈, 종북 척결 빙자해 불법지시 반복… 선거개입으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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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수사결과 발표] 원세훈, 종북 척결 빙자해 불법지시 반복… 선거개입으로 변질

입력
2013.06.1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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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4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자세히 밝혔다. 원 전 원장이 '종북 세력'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잘못된 판단으로 국정원 직원들에게 직무 범위를 넘어선 정치개입 행위를 지시했고, 이런 행위가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는 선거개입 행위로 변질된 만큼 원 전 원장이 그 책임을 대신해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원세훈의 비뚤어진 인식

원 전 원장이 종북좌파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된 배경에는 2008년 발생한 광우병 촛불집회의 영향이 컸다. 정부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게 된 것은 종북좌파 세력의 조직적인 선전ㆍ선동 때문이라고 확신한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원장에 취임하면서 종북좌파에 맞설 수 있는 국정홍보 체계를 고민했다. 이는 촛불집회의 영향으로 총리실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설립돼 불법사찰을 자행한 과정과 비슷하다.

원 전 원장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과 노조 등도 광의의 종북좌파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들을 중요 공격 대상으로 삼는 한편 제도권 진입 차단도 지시했다. 이를 위해 원 전 원장은 종북좌파가 활동하는 주요 무대라고 생각한 사이버공간에서의 국정홍보를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실제 취임 직후 그는 국정원 3차장 산하에 있던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편제하고 사이버 팀도 2개 팀으로 확대했다. 이어 2010년 10월에는 3개 팀으로,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에는 4개 팀으로 늘리고 인원도 70명으로 확대했다.

원 전 원장을 정점으로 3차장, 심리전단장, 각 팀장의 지시를 순차적으로 받은 국정원 직원들은 '주요 이슈와 대응 논지'를 하달 받고 각자 담당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여러 개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며 글을 게시하거나 찬반 댓글을 달고 추천ㆍ반대 클릭을 했다. 활동 결과가 최종적으로 원 전 원장에게 보고된 것은 물론이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의 고유 기능인 대남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해 심리전단을 확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 판단은 전혀 달랐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돌했던 국정 현안에 대해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야당 주장을 지속적으로 공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여당이나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 정치 행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원 전 원장은 4대강 사업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세종시 문제 등 여야가 팽팽히 맞선 이슈에 대해 매달 열리는 부서장회의를 통해 정부 입장을 적극 옹호하라고 지시했다. '원장님 지시ㆍ강조 말씀'을 내부 전산망에 게시해 전 직원이 항상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정치관여 넘어 선거개입으로

총선이나 대선을 앞둔 시기에 심리전단 요원들의 활동은 선거에 개입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실제로 원 전 원장이 민감한 선거철임에도 종북좌파 척결을 빙자해 선거 개입을 지시한 흔적이 적지 않다. 원 전 원장은 19대 총선을 두 달 앞둔 지난해 2월 17일 부서장 회의에서 "종북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 다시 정권을 잡으려고 하는데, 금년에 확실히 대응 안 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고 밝혔다. 총선 직후인 지난해 4월 20일에는 "종북좌파들 40명이 여의도에 진출했다"고 말했고, 6월 15일에는 "종북좌파가 국회에 다수 진출한 걸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원장의 이 같은 발언들은 취임 직후부터 퇴임 때까지 4년 내내 반복적으로 직원들에게 전파되고 축적됐다. 민병주 당시 심리전단장은 검찰에서 "지난해 6월 15일 부서장 회의 직후 종북좌파들의 진보정권 수립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고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했는데, 이는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심리전단 직원들도 검찰에서 조직적인 찬반 클릭 사실을 시인했다. 원 전 원장의 잘못된 지시가 없었다면 이들이 불법 선거개입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수사결과 심리전단 직원들은 불법 정치관여 게시 글을 1,977회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찬반 클릭도 1,744회 실행했는데, 이 중 1,281회는 18대 대선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추천ㆍ반대 클릭 가운데 국정원 고유 업무인 북한이나 종북좌파 게시글에 대한 클릭 수는 2.7%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은 선거 게시 글에 대한 클릭이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을 위해 글을 삭제한 흔적이 많다. 공소장에 기재된 수치는 국정원 직원들이 자백한 내용 중 가장 확실한 것만 추린 것"이라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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