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학교 1기들은 졸업 기념으로 학교에 정자를 지었다. 입학 첫 학기에 집단 수업거부까지 감행(?)했던 그들답게 정자 이름은 낮잠 자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의 오수정(午睡亭). 지난 5일 찾아간 경남 산청 간디학교에서 오수정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자는 1기생들이 만든 정자가 아니었다. 개교 멤버인 조생연 교감의 말. "학생들의 의욕은 좋았지만 아무래도 허술했어요. 보강을 해서 쓰다가 2008년 군청 지원을 받아 다시 지었죠." 오수정처럼, 대안교육을 향한 열정 하나로 출발한 간디학교도 그렇게 시행착오 속에 조금씩 안정돼가고 있는 듯했다.
제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의 건물들은 숲을 배경으로 '대안학교스러운'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건물 태반은 1기들이 졸업한 뒤 순차적으로 들어섰다. 한옥 풍 교무실은 2003년에, 강당 겸 식당은 2006년에 세워졌다. 중학교가 2002년 분리됐고, 2004년 신입생부터 학년 정원이 40명으로 두 배 늘었다.
커리큘럼도 계속 변했다. 조 교감은 "처음에는 시간표가 굉장히 단순했다. 느슨하기도 해서 수업하다 안 되겠다 싶으면 함께 나가서 놀기도 했다"고 말했다. 점차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수업이 늘어났다. 그러다 한계가 왔다. 조 교감은 "일반학교에서도 0교시를 없애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는 거꾸로 0교시를 만들어야 했다. 아이들에게 수업을 선택해 시간표를 짜게 했더니 아이들이 수업이 없어 노는 건지 빼먹고 노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교는 그 대안으로, 시간 당 몇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하나를 택해 듣도록 하는 '블록제'수업을 도입했다.
수업에 대한 고민의 초점도 바뀌고 있다. 남호섭 교장은 "초창기에는 지리산 종주, 텃밭 가꾸기 등 특성화 수업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에는 수학 등 일반과목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배우게 할지 많이 논의한다"고 말했다.
입시나 사교육 대처법도 경험이 쌓이며 틀을 갖췄다. 1기생들이 고3이 됐을 때 대입이 걱정된 학부모들이 진주로 학원을 보내자는 제안을 했다. 학교 측은 "입시학원에 보내려면 자퇴를 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이를 막았다. 미술 등 예능과목의 학원 수강도 한때 예외적으로 허용하다 2009년부터 전면 금지했다. 2005년 간디학교의 교육계획서를 보면 선택과목에 언어탐구 등 수능 과목들이 등장한다. 개교 때부터 수학 과목을 담당해온 박종하 교사는 "수능 학습을 요구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개설했는데 입시 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학교 철학에도 맞지 않고 막상 선택하는 아이들도 많지 않아 곧 사라졌다. 지금은 수능을 준비하는 수업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률은 어떻게 변했을까. 1~3기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70%가 넘는데 비해 올해와 지난해 졸업생의 진학률은 50%대다. 조 교감은 "초창기에는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일단 대학에 붙어야겠다는 생각은 차츰 줄어들고 있다. 요즘에는 재수를 하거나 여행 등을 하고 나중에 대학을 가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학교 안정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간디학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4년간 교사로도 근무했던 여태전 창원 태봉고(공립 대안교육 특성화고) 교장은 "간디학교가 초창기에는 상당히 과감한 실험성과 도전의식을 보여줬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규제도 심해지고 학교도 안정화되면서 근래에는 조금 주춤거리는 듯하다. 도전의식을 상실하고 안주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부의 우려는 간디학교 내부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간디학교 교사들은 요즘 학생들이 너무 말을 잘 들어 걱정이라고 했다. 남 교장은 "과거보다 애들이 대체로 고분고분하다. 통솔하긴 편하지만 뭔가 힘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너무 관리를 받고 자란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잃어버린 야성을 찾게 하냐가 우리교육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교육 전문잡지 민들레의 현병호 발행인은 "아이들이 미래를 두려워하고 자신 없어하는 것은 일반학교나 대안학교나 마찬가지다. 크게 보면 사회가 불안하니까 아이들이 체제 순응적으로 자라는 것이다. 이것은 시대적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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