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근무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정부가 중국을 오래 전부터 해킹해 왔다고 폭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스노든의 폭로와 관련해 "이 문제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길 바란다"면서 "미중은 대화로 신뢰를 증진시키면서 평화롭고 안전하며 개방적인 사이버 공간을 만드는데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사이버 해킹을 비난하고 중국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점을 감안할 때 화 대변인의 반응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노든의 폭로는 자신도 해킹의 피해자라는 중국의 반박을 뒷받침하는데다 그 동안 궁지에 몰렸던 중국에게 더할 수 없는 반격의 기회이자 호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자제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7, 8일 미국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미중정상회담 성과가 희석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교수는 "이번 문제는 중국의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는 것 같지만 중국에겐 미중 관계 또한 중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양국이 이미 사이버 안전을 위한 공동 실무진의 구성에 합의한 만큼 과민 반응이나 불필요한 자극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도 사이버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이 정부가 국민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았다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낫다고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톈안먼 사건 24주년이 다가오자 관련 검색어를 차단하고 일부 계정을 폐쇄한 적이 있다.
대신 중국은 미국에 대한 불만을 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4일 사설에서 "미국은 피해자처럼 중국을 비난했지만 스노든의 폭로는 오히려 미국의 위선을 보여준다"며 "미국은 테러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자국의 안보를 위해 다른 나라 국민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권한은 없다"고 비판했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스노든을 재판에 회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중국에 신병을 요구할 뜻을 밝혔다. 화 대변인은 앞서 이날 미국이 스노든의 신병 인도를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건의 진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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