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Cover Story] 사회에서도 웃고 있나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Cover Story] 사회에서도 웃고 있나요

입력
2013.06.14 18:33
0 0

'어두운 현실을 한탄하기보다 촛불 하나를 켜는 것이 낫다'는 결의로 1997년 문을 연 경남 산청 간디학교가 이듬해 3월 첫 신입생을 받은 지 만 15년이 됐다. 이후 대안학교는 대안교육에 대한 기대 속에(또 우려 속에) 저마다의 특성과 전망을 돋우며 전국적으로 들어섰다. 정부 인가 대안교육시설은 고등학교 24곳 등 52곳, 미인가 시설은 185곳으로 늘었다.

그 사이 대안교육의 첫 세례를 받은 간디학교 1기 졸업생들도 나이 서른이 됐다. 이들이 졸업할 때 받은 책에는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가능하면 20년쯤은 돈이나 명예를 결코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따라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살아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졸업 후 10년을 지나 20년을 향해가는 이들이 '대안 아닌'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지 궁금했다.

간디학교 1기 졸업생 16명 중 연락이 안 닿은 한 명을 제외한 15명에게 연락했다. 인터뷰에 응한 9명의 삶은 당연하게도(!) 다채로웠다. 직접 대안교육에 뛰어든 교육자도 있었고,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일터로 삼은 이도 있었고, 주부로 살며 자녀를 키우는 이도 있었다. 교육의 양분을 소화한 방식도 달랐다. "간디학교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았다." "토론을 중시하는 간디학교와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사회는 달랐다." "시간이 갈수록 배운 것들에 대한 확신이 옅어지는 것 같다." 생태적 삶을 꿈꾸게 됐다는 이도, 그래도 도시에서 사는 게 편하더라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들의 삶과 생각을 소개하는 그들에게서 선택, 자유, 책임 같은 단어를 거듭거듭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생각과 삶의 양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그들은 '스스로의 선택'을 꼽았고, 그렇게 꾸려온 각자의 삶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사회에서 보낸 세월 동안 대안교육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제법 달라졌다. 간디학교는 대안교육의 간판 학교로 자리잡았고, 근래에는 입학경쟁률 4~5대 1에 이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 입시교육을 둘러싼 학부모와의 알력이나 수업 시수ㆍ커리큘럼 혼선도 없다. 그래서 다수는 간디학교의 성장과 안정화를 뿌듯해했다.

하지만 안정화 자체가 시행착오일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도 있었다. 현실이 변화하는 만큼 그 대안 역시 끊임없이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말을 잘 들어 걱정"이라는 한 교사의 말처럼 간디학교는, 아니 대안학교의 미래는 늘 새로운 대안에 대한 고민과 모색의 흔들리는 자리 위에 서야 할 운명인 듯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