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키우는 진돗개 새롬이(암컷)와 희망이(수컷)는 지난 4월30일 서울 종로구청에 반려견으로 등록됐다. 이 개들은 고유번호가 들어있는 마이크로칩을 몸 속에 심어 넣었고,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1'이란 주소가 적힌 동물등록증도 발급받았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소유한 진돗개들의 반려견 등록 과정을 만화로 그린 뒤 트위터에 올렸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반려동물등록제가 청와대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쉽게 찾고, 소유자에게 책임의식을 부여해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없도록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등록률은 아직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이전부터 제기된 마이크로칩의 안전성 논란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5월까지 등록된 반려견 수는 8만4,279두. 지난해 말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추산한 서울시 전체 반려견 수(131만4,000두)의 6.4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대구와 대전에서는 반려견 1만7,138두와 1만24두가 등록됐는데, 추산한 전체 반려견 수의 각각 7.58%, 8.15%였다.
반려동물등록제는 인구 10만 이상 도시의 생후 3개월 지난 개가 대상이며, 등록 방법은 새롬이와 희망이처럼 마이크로칩 이식하는 방법, 칩이 내장된 전자목걸이나 등록인식표 부착 등 세 가지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다음달부터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반려견 주인에게는 적발 시 100만원 미만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려동물등록제 시행 첫 해라는 점을 감안해도 아직까지는 실적이 저조하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전자목걸이와 인식표는 떼어버리면 그만이라 실효성이 떨어지고, 마이크로칩은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칩 이식 부위 주변에 종양이 생기는 등 부작용도 여러 차례 보고 됐다. 형모(38ㆍ여)씨가 키우는 세 살 된 닥스훈트는 목 뒤에 이식한 칩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등으로 내려왔다. 형씨는 "칩이 척수와 가까워 신경을 건드릴까 걱정"이라며 "반려견을 키우는 지인들도 부작용 우려 때문에 칩 이식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가 동물등록대행기관으로 지정한 한 동물병원의 수의사도 "칩 이식이 안전하다고 믿는 편이지만 그래도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감 탓에 마이크로칩 이식은 가장 확실한 동물등록 방법임에도 등록건수가 전자목걸이 방식에 크게 못 미친다. 서울시의 경우 마이크로칩 이식 건수(2만7,067건)는 전자목걸이(4만8,434건)의 절반에 그쳤다.
작은 도시에서도 버려지는 개들이 많은데 동물등록 대상 지역을 인구 10만 이상인 곳으로 제한한 점과 칩을 읽는 기기가 없으면 주인 확인이 불가능한 점 등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낙관적인 전망만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마이크로칩 이식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은 통계적으로 0.01%"라며 "계도기간이 끝난 7월부터는 등록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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