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은 부대 건물 내는 물론 건물 밖 50m 이내에서는 흡연을 금지하며 조종사 선발에서 흡연자를 배제한다는 조치 등을 포함, 군부대 전체를 금연지역으로 하는 내용의 금연 대책을 최근 발표하였다. 이런 조치에 대해 흡연규제 반대론자들은 이 조치의 파급 여파를 우려해 흡연권이나 흡연자의 차별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상당 수 기업들이 흡연자를 채용하지 않고 있거나, 흡연을 위해 근무지를 이탈한 기간의 급여를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더 연장하게 하는 조치들을 취한지 오래됐다. 뿐만 아니라 흡연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더 부과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물론 이에 대한 소송도 있었다. 10여 년 전에 부당한 차별 또는 흡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소송이 제기됐으나 미국 연방 대법원 판단은 이랬다. 흡연직원은 각 기업의 목표인 수익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기업의 흡연 관련 각종 조치는 차별이 아니고 흡연권의 침해도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금연조치에 대해 흡연권이니 차별이니 하는 논쟁은 더 이상 자리하지 못하고 있다.
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전력을 최상으로 유지해야 하며 동시에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특히 속도가 빠르고 값이 엄청나게 비싸며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전투기를 조정하는 조종사는 최상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규모는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심혈관 혈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폐 기능도 크게 저하되어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결근율이 두 배 이상 높다는 것도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종 중에 금단증상이 나타나면 불안과 초조로 판단력이 흐려질 수도 있다. 민간 항공사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이미 기내와 조종실 내는 금연구역이며, 조종사의 흡연을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종사의 건강 상태는 그 누구보다도 자주 엄격하고 면밀하게 조사하여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조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조종사 역할의 중요성을 이해하면 너무도 당연한 조치다.
그 동안 우리나라 공군에서는 흡연자에게 전투기조종을 맡겨 왔다는 사실에 오히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현재 병원, 학교, 모든 기업체 및 공공건물의 내부, 공중 교통시설, 규모가 큰 식당 등은 물론 앞으로 PC방도 전부 금연구역에 포함되도록 법적으로 정해졌다. 그 동안 군부대 내 건물이 이러한 흐름에서 제외됐던 것도 놀라운 사실 중 하나다.
모든 의학적인 연구결과로 볼 때 흡연행위는 정상적인 행위라고 보기 힘들다. 흡연자는 각종 질병에 이환되어 비흡연자에 비해 수명이 평균 12년 단축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또는 가족에게 간접흡연의 피해까지 준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인 손실은 총 15조원 가까이 된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평균 5만6,000여명이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담배를 국민건강의 제1의 적이라고 하는 이유다.
흡연자가 군에서 조종사가 되려면 흡연권이나 차별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군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아 담배를 끊으면 된다. 흡연에 대한 규제 조치가 발표될 때 마다 흡연자들이나 담배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대 논리에 대해서는 이제 언론에서도 더 이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번에 공군이 취한 여러 금연정책은 뒤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하고도 올바른 조치라고 생각되며 다른 군에서도 이를 표본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일순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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