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파전이다. 공교롭게도 오른손 투수와 왼손 투수, 내야수와 외야수로 각각 포지션이 다르다. 또 출생지도 미국과 한국, 네덜란드와 쿠바로 갈린다. 2013 메이저리그가 ‘괴물 루키’들의 등장으로 들끓고 있다. 이와 함께 올 시즌 신인왕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14일(한국시간) 잇달아 유력한 신인왕 후보들을 선정, 순위를 매겼다.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스포츠전문채널 ESPN 등이다. 일단 가장 앞서가는 선수는 텍사스 출신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른손 광속구 투수 셸비 밀러(23)다. 빅리그 성공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류현진(26ㆍLA 다저스), 네덜란드 특급 유망주 디디 그레고리우스(23ㆍ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쿠바산 괴물 타자 야시엘 푸이그(23ㆍLA 다저스)도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류현진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지난 1월, 대전에서 열린 송별회에서 “신인왕에 도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무대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번째 선수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인 신인왕’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한국인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수두룩하지만, 류현진은 아직 보여줄 게 더 남았다.
SI는 이날 메이저리그 신인왕 후보 3위에 류현진의 이름을 올려 놓았다. “선발로 출전한 13경기 중 8경기에서 2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2피안타 완봉승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올 시즌 6승2패, 2.8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은 최근 3주 동안엔 1승, 1.59의 평균자책점을 올렸다. 다저스(28승37패)는 여전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류현진 만은 제 몫을 해주고 있다.
ESPN도 “의심이 사라졌다”며 신인왕 후보 4위로 선정했다. ESPN은 “시즌 초반만 해도 류현진이 잘 던질까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2개월이 지난 지금 그런 사람이 없다”며 “류현진을 잡은 다저스가 오프시즌 최고의 계약을 따냈다”고 전했다. 다만 “직구와 슬라이더의 위력은 좋지만 간간히 던지는 커브가 높게 형성돼 장타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I와 ESPN이 선정한 신인왕 후보 1위는 밀러다. 2009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9라운드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올 시즌 A급 투수로 변신했다. 밀러의 강점은 최고 시속 97마일(156㎞)의 직구. 시즌 성적은 7승4패, 평균 자책점 2.21로 최근 3주 동안은 2승1패, 3.33의 평균자책점을 올렸다. 현지 언론은 “위협적인 구위를 앞세워 강타선을 상대로도 꾸준한 모습이다. 올스타전에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일단 류현진 보다는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SI가 선정한 신인왕 후보 2위는 그레고리우스였다. 반면 ESPN은 푸이그를 2위로 꼽고, 그레고리우스-류현진 순으로 신인왕 가능성을 점쳤다. 다만 SI는 “푸이그가 아직 10경기밖에 뛰지 않아 내셔널리그의 신인왕 후보에 넣지 못했지만, 그가 후보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결국 이들 4명이 시즌 마지막까지 신인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공통된 평가다.
그레고리우스는 지난해 12월 추신수의 삼각 트레이드 때 신시내티에서 애리조나로 팀을 옮겼다. 유격수로서 넓은 수비가 강점이면서도 짧은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43경기에서 타율 3할7리에 50안타 28득점 4홈런을 터뜨리면서 순조롭게 빅리그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푸이그는 전날까지 단 10경기에만 출전하면서도 타율 4할8푼6리 4홈런 10타점의 맹활약을 했다. 데뷔전인 지난 3일 샌디에이고전에서 1번으로 출전하다 일주일 뒤 4번 자리를 맡은 괴물이다. ESPN은 “역대 신인 중 푸이그가 가장 인상 깊은 데뷔전을 치렀다. 타격, 주루, 수비 능력을 두루 갖췄다”라고 평했다.
한편 류현진은 19일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할 전망이다. 만약 최고의 인기 구단과 맞붙는 이날 호투를 선보인다면 신인왕 평가 순위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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