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통상정책의 새 판 짜기에 나섰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수를 늘리는 양적 정책에서 벗어나, 국내 산업에 실익이 되는 맞춤형 FTA쪽으로 통상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발표한 ‘새 정부의 신 통상 로드맵’을 통해 ▦국제 통상질서에 선제적 대응 ▦산업ㆍ자원협력 연계 ▦통상성과 국내 공유 ▦소통ㆍ협력에 의한 통상 기반 마련 등 4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통합경제권으로 변모하는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맞춤형 FTA 전략을 추진한다. 정부는 최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메가 FTA’를 연결하는 ‘핵심축(linchpin)’ 역할을 자임할 계획이다. 현재 아ㆍ태 지역의 통상흐름은 ▦미국 중심의 TPP와 ▦중국 주도의 RCEP가 역내 경제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맞서는 형국. 때문에 개별적 FTA 확대에 골몰하기보다 이미 구축된 FTA 네트워크를 활용, 양대 통합시장을 아우르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는 현재 RCEP 1차 협상에는 참여했고, TPP는 대내ㆍ외 변수를 검토하며 참여를 저울질 중이다.
정부는 핵심축 완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한ㆍ중 FTA 체결을 내세웠다. 최경림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한국은 앞서 미국, 유럽연합(EU)과는 FTA를 맺은 만큼 한ㆍ중 FTA까지 체결되면 아태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지역통합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또 거대경제권과는 FTA 중심으로 협력하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개도국과는 FTA와 산업협력을 혼용한 상생형 FTA로 대응할 방침이다.
국내 산업, 특히 중소기업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는 방안도 마련된다. 한미 FTA의 경우 비준 동의까지 장장 5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지만, 교섭성과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수출 판로 개척 등 FTA로 인한 실익은 미흡했다는 여론을 반영한 조치다. 여기에 통상 기능이 산업부로 이관됨에 따라, 통상교섭과 산업진흥의 시너지를 도모하기 쉽다는 점도 작용했다.
첨예한 통상쟁점인 농산물 등 민감 품목에 대한 보호 정책도 이슈로 떠올랐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확보한 쌀 관세화 유예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한 상태. 내년 말이면 현행 체제 유지할지 아니면, 관세화를 통한 개방을 선택할지 입장을 정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는 사안이라 섣불리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신중히 정부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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