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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더 많이…" 끝없는 욕망에 브레이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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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더 많이…" 끝없는 욕망에 브레이크를!

입력
2013.06.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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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해질수록 여가 선호할 거라는 케인즈의 예상 빗나가고소득 올라가면 눈 높이도 높아져부와 행복 좇는 현대인 건강·안전·우정 등7가지 기본재 충족된다면 목적 없는 성장에 목맬 이유 없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들 말한다. 얼마나 벌고 얼마나 성장해야 만족할 수 있을까. 답은 '더 많이'가 아닐까. 지금의 나보다, 그리고 나보다 많이 가진 누군가 보다 '더 많이' 말이다.

(원제 How much is enough?)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과거보다 더 심한 경쟁으로 내몰린 역설적 상황을 철학적, 경제적 잣대로 고찰해 나가며 뻔한 답에 그치지 않는 혜안을 제시한다. 인간 심리를 다룬 철학부터 지금까지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부닥친 문제들을 폭 넓은 시야로 살핀다. 케인스 연구 전문가인 경제학자 로버트 스키델스키(영국 워릭대 정치경제학 석좌교수)와 독일 철학을 전공한 그의 아들 에드워드가 함께 집필했다.

1928년 케인스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강연에서 100년 후에는 생활 수준이 4~8배까지 높아지며, 주당 15시간만 일해도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1인 소득은 2000년에 이미 케인스 시대의 4배를 넘어섰지만 하루 3시간만 일해도 필요한 것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시대는 요원해 보인다. 노동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눈 높이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회가 부유해질수록 소득을 많이 올리더라도 만족도가 높지 않은 일보다는 차라리 조금 일하고 여가를 선호할 것이라는 케인스의 예상은 빗나갔다. 당장 휴양지로 떠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보자. 괜찮은 숙소와 바비큐를 예약하는 것 외에 바람막이 겉옷, 수영복, 골프 장비, 명품 선글라스, 멋진 렌터카, 선크림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욕망은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자본가들은 '낙수효과(trickle down)'를 주장하지만 생산성 증가로 인해 생긴 이익이 자본가에게 집중되면서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저자는 1970년대에 미국 최고위급 CEO들의 보수는 평균 근로자의 30배 정도였는데, 현재는 263배 이상이라며 자본주의의 본질을 비판한다.

최고의 선을 탐구해 온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토마스 아퀴나스, 막스 베버, 공자와 사마천, 근현대 철학자들까지 인용하며 경제ㆍ경영서에서 간과하는 인간의 욕망에 현미경을 들이댄 점이 논의를 더 풍성하게 한다. 고대 그리스 희곡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플루투스'에서 돈의 신인 플루투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무도 그대를 충분히 가질 수 없어. 어떤 사람이 8만 드라크마를 가졌다고 하자. 그는 더 노력해서 10만 드라크마를 채우려고 애쓸 거야. 또 10만 드라크마가 있으면 인간으로 태어나서 25만 드라크마를 갖지 못하면 인생을 산 보람이 없을 거라고 말하게 되겠지."

부와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좇는 현대인들에게 다시 한 번 돈의 가치를 묻는 실험도 흥미롭다. 하버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 구성원 전체의 연평균 소득이 2만 5,000달러인데 자신이 5만달러를 버는 세상과, 연평균 소득 20만달러인 사회에서 자신들은 10만달러를 버는 세상이라면 어떤 것을 택하겠느냐는 묻자, 대다수가 전자를 택했다. 저자들은 인간의 갈망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1990년대에 조사된 GDP와 행복지수 비교에서도 연간 소득이 1만 5,000달러를 넘어서면 그 상관관계가 유의미하지 않다며, 성장에서 행복으로 추구하는 바가 옮겨가는 것도 또하나의 거짓 우상을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욕망을 적절히 통제하고 낙원을 찾자고 주장하는 저자들은 건강, 안전, 존중, 개성, 자연과의 조화, 우정, 여가 등 괜찮은 삶을 위한 7가지 기본재만 충족된다면 목적 없는 성장에 목 맬 이유가 없다며 일하라는 압력을 줄이고, 세계화의 속도를 조절할 것을 권한다. 개개인의 삶을 계획하는 것에서 정책 목표에 이르기까지 의미 있는 조언을 던지며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안한다.

맹목적으로 부를 추구하기보다는 삶을 더 즐기라는 이러한 조언은 사회적 분위기가 작동해야 가능하다. 덴마크는 10년 전인 1993년 일을 쉬더라도 소득을 지속적으로 보장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법을 제정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여가를 가능케 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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