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미국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E-bay)를 통해 문화재 159점을 해외로 밀반출한 혐의(문화재 보호법 위반)로 장모(26)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해외 경매사이트를 이용해 문화재를 외국에 밀반출하다 적발되기는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2009년 8월부터 최근까지 이베이에서 고서적, 도자기류 등 일반동산 문화재 159점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판매, 미국, 캐나다 등지로 빼돌린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챙긴 수익을 1억4,000여만원으로 보고 있다. 일반동산 문화재란 국가나 시도에 지정·등록되지 않았지만 50년 이상 된 서적 회화 조각 공예품 등으로 보존가치가 있어 수출 및 반출이 제한되는 문화재다.
장씨 등은 문화재 사진과 설명을 넣어 경매물품으로 등록하고, 낙찰되면 국제택배나 국제소형등기(RR)를 이용해 배송했다. 이 가운데는 조선중기 화가 이명욱의 '8폭 산수화'와 조선 중기 문인 이이의 '격몽요결'간행본, 박세채의 '염락풍아'필사본 등 고서적, 청자 및 백자 등 도기류 등 역사적, 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문화재가 많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장씨 등이 해외에 판매한 문화재가 총 3,469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베이의 경우 경매 물품 사진자료가 90일 밖에 보존되지 않아 이들이 판 물품이 문화재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장씨 등이 장기간 문화재를 해외에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택배의 경우 통관요원이 문화재 전문지식이 없고, 국제 소형등기는 운송기록이 전산으로 입력되지 않아 추적이 어려운 허점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런데다 일반 동산문화재는 문화재청에서 목록으로 정리해 두고 있지 않는 등 관리가 소홀한 탓도 있다.
장씨 등은 인터넷을 통해 생활 용품 등을 판매하던 중 우연히 문화재를 거래해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되자 문화재 해외 판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은 문화재 감정 TV 프로그램을 보고 의뢰인으로부터 600만원의 감정가를 받은 중국 청나라때 서화보인 '십죽재서화보'목판본을 사들인 뒤 중국으로 밀반출, 중국 경매회사에 1,300만원에 팔아 넘긴 혐의로 김모(5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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