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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집 난민] 저가 전세 갈수록 감소… 10만가구 이상 서울서 쫓겨날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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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집 난민] 저가 전세 갈수록 감소… 10만가구 이상 서울서 쫓겨날 처지

입력
2013.06.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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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살던 신모(38)씨는 최근 경기 남양주시로 이사했다. 결혼 뒤부터 송파구→성북구→중랑구 등 서울에서도 전세가 싼 지역을 찾아 다녔지만 하루가 멀게 오르는 전세금을 대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는 "이사 다니는 것도 지긋지긋하고 아내도 일을 그만둔데다 여섯 살인 딸이 크면서 교육비도 많이 들어가는 터라 서울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했다. 그는 2년간 전세로 살아본 뒤 남양주에 집을 살까 생각 중이다.

회사원 박모(44)씨는 지난해 서울 전세를 빼 천안에 집을 샀다. 그는 "2년마다 '이번엔 또 얼마나 올려줘야 하나, 짐 싸야 하나' 마음 졸이느니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 형편에 맞게 정착하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 명동까지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넘게 걸리지만 본인이 고생을 감수하기로 했다. 박씨는 "과거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옮긴 동료들은 그나마 대부분 집을 샀는데, 요즘엔 전세를 못 벗어난다"며 "그보단 낫지 않냐"고 했다.

셋집난민들의 자발적 서울 탈출이 늘면서 서울시 인구도 줄고 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시 인구는 1,044만2,426명으로 전년보다 8만6,348명(0.82%) 감소했다. 2010년에 비해선 13만3,021명이 줄어든 수치다. 특히 내국인은 타지에서 전입 온 인구보다 서울에서 빠져나간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 5만4,361명이 줄었다.

통계청의 4월 국내 인구이동 통계를 봐도 서울은 전입보다 전출이 1만5명 더 많은 반면 경기와 인천, 충남은 전입이 각각 5,492명, 2,197명, 1,482명 더 많았다. 단순수치상으로 비교하면 서울에서 빠져나간 인구가 해당 지역으로 흩어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전셋값이 낮을수록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더 커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이 서울에서 전셋집을 얻기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예컨대 1억원 전세는 2년 뒤 1,500만원, 3억원 전세는 3,000만원을 올려줘야 하는데, 이를 상승폭으로 환산하면 1억원짜리는 15%, 3억원은 10%다. 때문에 최근 전셋값 상승폭이 둔화한 것도 그간 원체 많이 올라 통계상 상승률만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전세가가 낮을수록 상승폭이 크다 보니 서울의 저가 전세시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 1억원 미만 전세는 3월 기준 3만7,978호로 2년 전보다 2만5,161호나 줄었다. 1억원대 전세(현재 35만5,389호)도 2년 새 10만호 가까이 감소했다. 10만 가구 이상이 서울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셈이다.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르는 현상)도 문제다. 서울 전셋값을 피해 출퇴근이 비교적 용이한 수도권으로 옮기는 인구가 늘면서 일산, 김포, 용인 등의 전셋값마저 치솟고 있다. 실제 2008년 이후 최근까지 서울 전셋값은 28% 정도 올랐는데, 경기 하남시는 40% 가까이 폭등했다. 이러니 소득이 늘지 않거나 빚으로 전세를 얻은 서민들은 더 싼 전세나 월세를 찾아 서울에서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과장은 "서울에 근접할수록 전셋값이 비싼데다 최근 2~3년간 서울에 신규공급이 거의 없어 서민들은 자꾸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전월세상한제 같이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셋집난민이 인터넷에 올린 글은 애처로움을 더한다. "좀 추운 날, 오늘은 이사하는 날이라 출근을 못했네요. 서울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하게 돼 좀 섭섭하고, 이유가 전셋값 올려달라는 것이어서 조금 더 우울하네요. 서울에서 성공하겠다고 상경한 지 10년, 돈보다는 사람도 많이 사귀고 좋은 일도 많아서 위안으로 삼습니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일해서' 내년, 내후년, 혹은 몇 년, 몇 십 년 뒤라도 꼭 서울로 이사하려고 합니다." 그의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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