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해산과 관련, 보건복지부의 재의 요구, 국회의 국정조사 증인 출석, 주민투표 요구를 모두 거부하며 '독불장군'식 행보를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복지부가 진주의료원 해산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너무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 지사는 13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법과 지방자치법에 위배되는 합법적이지 못한 국정조사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나갈 의무가 없다"며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증인 출석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방고유 사무는 국정조사나 국정감사 대상이 아니며, 도 차원에서 국정조사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위에서 기관보고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선 당장 비판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전형적인 독불장군식 일인 독재정치"라며 "법도, 국회도, 국민도 무시하는 '경남 독재'를 선포한 홍 지사는 막장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지방고유 사무'를 내세우고 있지만 공공의료의 중요성이나 진주의료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도외시한 주장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공공의료 국정조사특위 계획에는 경남도의 기관보고가 포함돼 있고 진주의료원 휴∙폐업과 관련한 사항 일체를 조사범위로 하고 있어 앞으로 국정조사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홍 지사는 또 "보건복지부의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재의 요구가 도지사 행위를 귀속하지 않으며 조례 공포는 도지사 권한"이라며 사실상 재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 경우 보건복지부는 대법원에 제소해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할 방침이어서 결국 지루한 법정 싸움으로 갈 전망이다.
경남지역 야권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추진하는 주민투표 요구에 대해서도 홍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포괄적 심판을 받으면 되는데 100억원 이상 소요되는 막대한 돈을 들여 주민투표를 진행할 필요가 있겠냐"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지사가 거부할 경우 주민투표가 가능하려면 전체 유권자 5%의 서명이 필요해 주민투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홍 지사는 2월 26일 처음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을 때부터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진주의료원 폐업과 법인 해산을 밀어붙이고 있다. 폐업 발표(5월 말) 48일 전에 이사회를 열어 폐업을 의결하고도 이를 숨긴 채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노사 대화를 약속하는 꼼수를 부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103년 역사의 진주의료원이 취임 6개월도 안된 도지사에 밀려 문을 닫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반해 복지부는 너무나 뒤늦게 개입의 제스처만 취한 꼴이어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복지부가 '재의 요구'와 '대법원 제소' 카드로 경남도를 압박하긴 했지만 지금껏 줄곧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왔기 때문이다. 진영 복지부 장관은 그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복지부 장관이 지자체장에게 명령하는 것은 의료법상 대상이 아니어서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에 머물러왔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폐업은 지방의료원장이 결정해 지방자치법상 개입 권한이 없었지만 도의회의 해산 결정은 가능해 개입한 것"이라며 "해산 결정이 날 것을 전제로 미리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돼 직접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폐업-해산의 뻔한 수순을 기다리다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재의 요구를 내놓은 것이어서, 공공의료 정책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심만 사고 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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