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국민은행 노조의 저지로 일주일 째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낙하산 인사' '관치(官治)'라고 주장하며 임 내정자의 퇴진까지 무기한 출근저지를 한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는 7일부터 일주일째 회장 임영록 회장 내정자의 명동 본사 출근을 막고 있다. 임 내정자는 시내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KB금융 사장으로서 정상적인 업무를 챙기기 위한 것인데 출근을 못하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의 입장은 강경하다. 노조 관계자는 "어윤대 현 회장이 지난 3년 동안 은행 등 계열사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해 노조와 갈등이 많았는데, 2인자였던 임 내정자는 당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했다"며 "직원 2만여명을 대표하는 노조와 한번도 제대로 소통한 적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내부 인사라며 KB사장으로서의 실무경험, 내부 사정 정통을 이유로 회장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기 출근저지 상황에는 임 내정자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다. 2010년 7월 어윤대 회장 취임 때도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을 선언했으나, 어 회장이 노조를 찾아 설득하면서 실제 저지하지는 않았다. 윤용로 외환은행장도 지난해 2월 취임 때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이 벌어지자 노조와 대화를 벌여 합의를 끌어냈으며, 11일 취임한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내정된 다음날인 7일 곧바로 노조 사무실을 찾아 신뢰관계를 형성했다. 결국 임 내정자가 먼저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다 하더라도 조직 내에 단단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계열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대추위) 위원 구성의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주회장의 과도한 계열사 인사 개입을 막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 방안에는 대추위의 구성을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B금융의 대추위는 지주회장, 지주사장,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되며 찬반 동수일 때 지주회장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사장을 지주회장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회장이 계열사 사장 인사권을 갖는 셈인데, 무게 중심이 사외이사로 넘어갈 경우 인사권에 중대한 제약이 생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와의 관계가 처음부터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인사권마저 약화될 경우 임 내정자가 취임 전후 상당히 고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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