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인간 유전자는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결정으로 특정 유전자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 온 생명공학 산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방대법원은 13일 만장일치로 생명공학기업인 미리어드 유전학사가 소유하고 있는 두 개 유전자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리어드는 체내에서 구조상 변이를 일으켜 유방암이나 난소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인 BRCA1, BRCA2에 대한 특허권 7건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이 이들 유전자로 인한 암 발병 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리어드를 통해 1회 비용이 4,000달러에 이르는 비싼 검사를 받아야 했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도 BRCA1 유전자 변이 때문에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연방대법원 판결문은 "유전자는 자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들 유전자가 "신체에서 분리됐기 때문에 신체 내에서 발견된 상태와 현저히 다른 화학적 구조를 지니고 있어 특허 대상"이라고 판결한 하급 법원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AP통신은 "이번 판결이 생명공학 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 특허상표청은 현재 기업이나 대학 등 기관들에 이들이 발견하고 해독한 인간 유전자 4,000여종에 대한 특허를 승인하고 있다. 이중에는 알츠하이머와 주요 암 관련 유전자가 포함돼 있다. 특정 유전자가 특허권에 묶이면 연구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과학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미국의학협회 등 주요 의학∙생명과학 단체들도 미리어드의 특허권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인간 유전자를 특허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소송은 2009년 시민권 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와 공공특허재단에 의해 제기됐다. 이들은 "자연의 산물에 소유권을 인정하면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미리어드는 이들 유전자가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로 추출한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 산물"이라고 반박했다. 생명공학 업계는 "유전자 특허가 없으면 관련 연구에 대한 투자가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연방 1심에서는 미리어드의 특허가 무효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에서는 파기돼 대법원으로 상고됐다.
연방대법원은 그러나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새롭게 구성하는 등 인위적으로 복제한상보적 DNA(cDNA)는 특허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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