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집난민 10명 중 3명은 같은 집에서 채 1년도 채 못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등하는 전셋값에 밀려난 결과인데, 앞으로 전세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13일 KB국민은행 등에 따르면 전ㆍ월세가구가 현재 주택에 거주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는 전세가 30%, 보증금이 있는 월세가 38%인 반면 자가(自家) 소유자는 8%에 불과했다. 특히 전세가구는 3년 미만 단기거주가 65%에 달했다. 빠르면 1년, 늦어도 3년 안에 다시 보금자리를 찾아 떠도는 유랑민 신세인 셈이다. 반면 자가 소유자는 5~10년 거주 비중이 25%로 가장 높고, 15년 이상도 30% 가까이 되는 등 대부분 장기거주를 하고 있었다.
유랑의 원인은 역시 전셋값 폭등이다. 5월 기준 전국 전셋값은 저점(2009년 2월) 대비 32.2% 급등한 반면, 매매가격은 11.1% 상승에 그쳤다. 매매가 상승에 대한 부담, 저성장 기조에 따른 집값하락 우려 등이 맞물려 전세 선호도가 높아진 탓이다. 도시형생활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 확대 덕에 최근 1년간 전셋값 상승률이 3.3%에 그친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하지만 전셋값은 언제든 상승곡선을 탈 기세다. 전셋값의 선행지표인 전세수급지수(100을 초과하면 공급부족 상태)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는 등 수급 불균형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전세수급지수는 2009년 6월 100을 찍은 이래 200 가까이 치솟았고, 지난해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1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하반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4만3,000가구)은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연평균 소득 증가액보다 3배 이상 오른 전셋값은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이다. 일반적인 전세가구는 소득증가분으로 전셋값 상승치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결국 빚을 낼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셋값은 3,200만원 급등한 반면 연 소득은 681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세자금 대출은 무려 12조원 가까이 늘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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