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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집 난민들 서울서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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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집 난민들 서울서 멀어져간다

입력
201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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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중개업을 하는 김모(40)씨는 지난해 초 전셋집을 서울에서 김포로 옮겼다. 직장(서울 강서구 가양동)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소득(연 2,500만~3,000만원)은 그대로인데 때만 되면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그는 2006년 결혼 뒤 강동구 둔촌동에서 월세를 살다 2007년 말 강서구 마곡동 9,000만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다. 2009년 전셋값은 1억1,500만원으로 올랐고, 집주인은 다시 2년 후 1억4,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당장 1년치 소득에 버금가는 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봤지만 주인 동의, 4대 보험 및 소득증빙 등 기준이 까다로워 여의치 않았다. 주변 아파트 전세도 비슷하게 올라 갈 곳이 없었다.

결국 그는 버티지 못하고 이삿짐을 쌌다. 서울을 벗어나면 보다 싼 가격에 집 면적도 늘릴 수 있으리라 자위했다. 그는 경기 김포시 걸포동에 아파트 전세(1억3,000만원)를 얻었다. 출근시간이 5분에서 30~40분으로 늘어 몸은 힘들어도 한동안 맘은 편했다.

그러나 자꾸 불안해진다. "4년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여기서도 또 올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입니다. 더 뒤로(멀리) 가야 하나, 자꾸 신경이 쓰이죠." 그는 "친척 등에게 갚아야 할 돈이 5,000만원 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모(42)씨는 요즘 남하(南下)를 다시 고민하고 있다.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 동대문구에서 경기 수원시로 이사온 지 4년 만이다. 그는 "직장이 서울역 부근이라 지하철 1호선을 따라 이주했는데, 집주인이 7월까지 3,000만원을 올려주거나 월세로 바꿔달라고 해 아예 천안으로 옮기는 게 어떤지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전철 유랑민인 셈이다. 그는 "한번 서울에서 밀려나니 다시 돌아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씁쓸해했다.

집 없는 서민들의 보금자리가 일터가 있는 서울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다. 전셋값 폭등에 시달리다 못해 서울→수도권→경기 외곽, 심지어 충남으로 '자발적 추방'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인구가 줄어든 만큼 경기, 인천, 충남 인구는 늘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의 상승세는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다라는 신호로도 읽히지만, 이미 빚을 진데다 저축할 여력도 없는 서민들에겐 역으로 전세조차 얻을 수 없는 암울한 현실을 반영할 뿐이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32%로 지난해 연간 상승률(1.71%)을 이미 뛰어넘었다. 그렇다고 집을 사자니 가진 돈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KB국민은행 등에 따르면 부채 비중이 적어 상대적으로 건전한 무주택전세가구의 평균 자산은 1억6,000만원인데,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3억5,000만원,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1억9,000만원 이상을 대출 등으로 더 변통해야 한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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