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민간인 정보 수집 사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이 중국을 해킹했다고 폭로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미중 양국이 사이버보안 문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노든은 12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NSA가 전세계적으로 6만1,000건 이상 해킹했고 2009년 이후 홍콩과 중국을 표적으로 한 해킹도 수백 건을 넘는다”고 밝혔다. 스노든은 미국이 홍콩의 대학과 기업뿐 아니라 중국 본토 대학과 기업, 학생, 공공기관 등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미국은 개별 컴퓨터를 해킹하지 않고도 수십만 건의 온라인 통신 내용을 엿볼 수 있는 기간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 통신망은 외부 네트워크와 내부 전산망을 연결하는 라우터 같은 네트워크 중추 기관을 해킹한다”고 설명했다.
SCMP는 “스노든의 폭로는 미국으로부터 해킹 가해자로 지목돼 왔던 중국이 실제로는 해킹 피해자라는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줬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 8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미국 군사기밀 해킹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미중 양국이 최근 관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홍콩에 있는 스노든의 신병 처리 문제와 미국의 중국 해킹 진위 여부 등을 두고 다시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3일자 사설에서 “중국은 스노든의 폭로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은 피해자인 척하면서 중국의 해킹을 비난했지만 이번 폭로로 위선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스노든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홍콩 법원과 시민이 내 운명을 결정해 달라”고 했으며 뉴욕을 방문 중인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스노든 사건을 홍콩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중국 영토지만 독자 사법권과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스노든이 기소되면 미국은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홍콩 정부에 스노든의 송환을 요청할 수 있다.
이날 미 상원 세출위원회 공청회에 출석한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NSA의 감시 프로그램이 미국 본토와 국외에서 수십건의 잠재 테러 공격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해명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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