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신중했다가는 완전히 바보 취급 받을 수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국 내 반대 여론 때문에 군사 개입을 망설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못마땅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1일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운영하는 '국제적 리더십을 위한 매케인 연구소'의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는데 참석자 중 한 명이 이를 녹음해 언론에 제공하면서 대중에 공개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클린턴은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반군을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반대 여론을 의식해 군사 개입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을 강하게 성토했다.
클린턴은 재임 시절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보스니아 사태와 코소보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군사 개입에 대한) 국민의 반대는 정말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조심하라'는 의미의 경고등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대 여론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안 한다면 나중에 재앙이 닥친 후 국민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대통령만 바보가 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최근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과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국제사회는 미국의 군사 개입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인 60%는 무력 개입에 반대해 정부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매케인 의원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세력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이 중동지역 불안을 방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도 "러시아, 이란, 헤즈볼라가 시리아 정부군을 적극 지원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반군의 승리를 위해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구체적인 반군 지원책은 나오지 않았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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