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곰팡이균이 가장 많이 사는 부위는 발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NHHRI)와 국립암연구소(NCI)가 건강한 성인 10명의 신체 부위 14군데의 피부에서 곰팡이균을 찾아내 분석해 지난달 22일자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인체에 서식하는 곰팡이균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처음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 손에는 다양한 세균이 살지만 상대적으로 곰팡이균은 적다. 발에는 반대로 곰팡이균이 다양하고, 세균 종류는 적다. 이번 조사에서 발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곰팡이균은 자그마치 100가지가 넘는다. 조사 참가자들의 발뒤꿈치에서는 80가지, 발톱에선 60가지, 발가락 사이에선 40가지 곰팡이균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서 발견된 곰팡이균의 유전자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뒷머리, 귀 뒷부분, 콧구멍, 발뒤꿈치 등 11곳에서 나온 말라세지아가 가장 많았다. 특히 발뒤꿈치에는 이 밖에도 아스퍼길러스, 크립토코커그, 로도토룰라, 에피코쿰 등 다양한 곰팡이균이 존재했다. 사람 피부에 서식하는 곰팡이균은 무좀을 비롯한 각종 피부질환을 일으킨다. 실제로 조사 참가자의 20%가 발뒤꿈치나 발가락 등에 무좀, 발톱 변형 등 곰팡이균 감염질환 증상을 보였다.
무좀은 대부분 한 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곰팡이균이 침투해 생긴다. 처음 감염됐을 땐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다시 감염되면 가려움증, 짓무름, 냄새, 염증 등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때문에 전문의들은 여러 곰팡이균에 모두 작용하는 광범위한 항진균제로 치료하기를 권한다. 또 좀 나아졌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남아 있는 곰팡이균 때문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3, 4주 이상은 꾸준히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부끄럽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면 곰팡이균이 손상시킨 부위로 세균까지 침투할 수 있다.
곰팡이균 감염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곰팡이균이 많은 부위를 항상 깨끗이 씻은 뒤 남아 있는 물기를 완전히 말리고, 젖은 양말은 가능한 빨리 갈아 신어야 한다. 다른 사람 몸에서 떨어져 나온 피부 각질이나 발톱 부스러기로도 곰팡이균이 옮을 수 있기 때문에 수건이나 실내화 등은 공동으로 쓰지 않는 게 좋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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