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남북당국회담 무산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 표명을 두고 발끈했다. 마치 과거 장관급회담 수석대표의 격(格)이 굴종이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고 본 것이다.
김한길 대표는 13일 의원총회에서 "정부는 (남북회담에서) 굴종이나 굴욕은 안된다고 하면서 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다"며 "마치 이제까지의 남북 관계는 모두 굴종이었다는 듯이 말한다면 이런 식의 접근이야말로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남북이 수석대표의 격을 놓고 대립하던 끝에 회담이 무산된 뒤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는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고, 이후 새누리당에서도 노골적으로 "(과거 정부는) 회담 성사에만 매달렸다"(최경환 원내대표)는 비아냥이 나왔다.
김 대표는 정부ㆍ여당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소모적인 기싸움으로 한반도 평화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다"면서 "박근혜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일의 절실함이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쟁점화하는 데에는 부담을 갖는 눈치다. 북한이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를 비난하며 회담 무산의 책임을 떠넘긴 터라 자칫 불필요한 색깔논쟁으로 번질까 우려해서다. 한 핵심당직자는 "남북관계는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한다"며 "이전 정부의 성과를 폄하해선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대신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란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북한의 떼쓰기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안다"며 "그러나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는 식의 사실상의 '신보도지침'을 내리는 박근혜정부는 정말 오만하고 교만하고 독선적"이라고 비난했다. 국회 외통위 간사인 심재권 의원도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대통령은 무오류의 교황쯤 되고 모두가 그를 추종해야 한다는 오만불손한 태도"라며 "정부는 이제라도 격의 없는 대화 재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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