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뜬 후 통증호소 빈번종이·장난감 등에 긁힌 후 각막 상피층 밑 보우만층 손상 탓눈에 이물감 느끼고 자주 비비면 선천성 안검내반 의심… 수술 필요난시 심하고 두눈 시력차 크면 책 볼 때마다 두통 하소연도
직장인 김영미(42ㆍ가명)씨는 아침마다 "눈이 아프다, 배가 아프다"며 투정 부리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초반에는 하루 쉬라고 시댁에 맡기기도 했지만 동네 병원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마음 먹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꾀병 부리지 말라"고 호통을 쳐놓고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이 몸에 정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경우에 꾀병처럼 보이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2회에 걸쳐 알아본다.
눈이 따가워요…반복성 각막 짓무름증
초등학교 2학년 A군은 아침에 일어나면 눈물을 흘리며 아프다고 칭얼거린다. 겨우 달래서 학교에 보내고 하교 후 안과에 데려가려고 하면 거짓말처럼 아무렇지도 않단다. 부모로서는 꾀병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으니 시쳇말로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다. 하지만 반복성 각막 짓무름증일 수도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
각막(안구 표면의 투명한 막)은 다섯 개의 층으로 되어 있는데 손톱, 종이, 장난감 등에 긁히면 가장 겉면의 상피층과 바로 밑의 보우만층이 같이 손상되기 쉽다. 그냥 둬도 상처가 아물기는 하지만 문제는 보우만층이 채 아물기 전에 상피층만 아물었을 때다. 이 경우 아이가 아침에 눈을 뜰 때 상피층이 눈꺼풀에 붙어서 같이 떨어져 따갑고 쓰린 통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서너 시간이 지나 하교할 때가 되면 다시 상피층만 아물어 일시적으로 괜찮은 듯 보인다. 다음 날이면 통증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안과 전문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 반복성 각막 짓무름증이면 약해진 보우만층을 찾아내 작은 바늘침으로 약물을 주입하거나 레이저를 이용해 보우만층을 아물게 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눈 자주 비비고 깜박이는 아이…선천성 안검내반
툭하면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다며 짜증을 내거나 눈을 자주 비벼 눈동자가 빨갛게 충혈되고 염증이 잦은 아이는 선천성 안검내반을 의심해봐야 한다. 눈을 수시로 찡긋거리듯 깜박이는 아이들도 안 좋은 버릇이라며 다그치기만 할 일이 아니다.
눈꺼풀이 안으로 말리면서 피부나 속눈썹이 눈에 닿아 이물감을 호소하는 선천성 안검내반은 연속적인 자극으로 눈동자에 상처가 생긴다. 방치하면 각막 혼탁으로 이어져 시력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천성 안검내반은 태어날 때부터 아래 눈꺼풀을 당기는 근육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데, 인공눈물, 항생제, 반창고 등으로 증상을 가라앉힐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책만 보면 두통…심한 난시ㆍ사시
친구들과 놀 때는 멀쩡하다가 책상에 앉기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거나 글씨가 두 개로 보인다며 집중을 못하는 아이도 많다. 심한 난시나 사시가 있거나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심하면 이런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난시는 각막 표면이 불규칙하게 변형돼 나타난다. 평평하지 않은 올록볼록한 유리창을 통해 사물을 보는 것처럼 삐딱하게 보이거나 겹쳐 보이기도 한다. 옆으로 보면 좀더 잘 보이기 때문에 자세가 불안정해 장시간 집중하지 못한다.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심하면 두 눈으로 보는 사물의 크기가 다르다. 이를 일치시키려고 눈이 애를 쓰다 보니 자연히 머리가 아프다. 사시가 있는 경우에도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눈을 바로 잡으려고 눈 근육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시력에 문제가 있다면 난시, 원시 등에 맞는 안경을 착용하면 되지만 사시가 심하면 수술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 프리즘 렌즈를 이용한 안경을 처방 받아야 한다. 김용란 김안과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눈은 민감할 뿐 아니라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기관이어서 관리를 잘해야 한다"면서 "특히 어린 아이들은 증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므로 부모가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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