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달성은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유일한 수치 목표입니다. 모든 부처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제도를 바꾸고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 조건들이 충족될 때 고용률 70% 달성 확률은 100%라고 봅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간담회에서 "고용률 70%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747 정책처럼 지나치게 목표를 높게 잡아 부작용만 양산하고 실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다.
경제학박사답게 조건문을 사용해 빠져나갈 길을 마련해 놓은 노련한 응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10년째 63~6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고용률을 70%로 높이겠다는 것은 현실이 아닌 당위 차원이며,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다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정책이란 원래 당위와 현실이 씨줄 날줄로 엮여 현실을 새롭게 바꾸는 것 아닌가.
5년 뒤 이 목표가 성취되기를 바라며 정부가 작성한 '고용률 70% 로드맵'을 읽었다. 우선 지난 정권의 747정책을 180도 뒤집어 놓은 목표설정 방식이 눈길을 끈다. 고용률 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취업자수가 238만명, 연평균 47만6,000명이 늘어나야 한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 성장할 경우 일자리가 약 6만개 늘어난다고 보면 매년 7%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야 달성 가능하다. 결국 이명박 정부와 같은 목표를 표현만 바꾼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자리 늘리기를 경제성장의 결과물이 아니라, 목표로 삼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은 크게 달라진다. 로드맵은 창조경제를 통해 16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시간제 일자리'가 전체 증가 일자리의 38.7%, 약 92만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박근혜 정부 최대 미스터리라는 창조경제 부분은 논외로 하고, 손에 잡히는 시간제 일자리 92만개 늘리기에 집중해보자. 실현방법은'남성 외벌이 전일제'위주의 일자리 대신 시간제를 비롯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로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일제 고용률은 57.1%(2009년 기준)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슷한 수준인 반면 시간제 같은 유연근로 활용 비율은 선진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현 상황에서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유연근로가 가능한 영역이란 유추가 가능하다.
시간제 일자리를 희망하는 사람도 많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국민의 63.5%와 여성중의 69.4%가 향후 시간제 일자리에서 일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좀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려는 청년, 임신ㆍ육아 부담을 안고 있는 여성, 퇴직을 앞두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려는 장년이 주요 희망 계층일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근로시간을 줄여 공부와 임신ㆍ육아 퇴직준비를 하고 그 빈 시간이 다른 이의 일자리가 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된다면, 일자리가 늘어날 뿐만이 아니라 청년실업 저출산 노후불안 같은 우리사회의 고질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는 노동자가 시간제근로를 선택할 수 있는 '근로시간단축청구권'을 인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에 이은 '4대 노동자 권리'라 할만하다. 마침 대기업들도 정규직 시간제 근로자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고무적인 소식도 들린다.
머지 않은 장래에 신문사에도 오랫동안 준비해 온 책을 쓰려는 노 기자와 대학원에 다니며 전공분야를 최전선에서 경험하고 싶어 시간제로 입사한 젊은 기자가 각각 월ㆍ수ㆍ금과 화ㆍ목ㆍ일로 일을 나누며(일요일자 신문이 쉬는 조간 신문기자들은 토요일이 휴일) 서로의 경륜과 새로운 지식을 나누는 일이 가능해질 것을 기대한다.
경제성장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취업률 70% 달성도 공유 경제의 지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정영오 경제부 차장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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