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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에 비용 떠넘기는 부당특약 금지 홈쇼핑 황금시간대 중기 편성 확대

입력
2013.06.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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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3일 내놓은 '부당 단가인하 근절대책'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주목 받았던 하도급법 개정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시도다. 이번 대책은 부당 단가인하에 개입한 CEO 고발 등 제재 강화라는 '채찍'과 함께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성과공유제 확대, TV홈쇼핑 접근성 개선 등 '당근'을 병행하겠다는 게 골자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부당 단가인하는 규제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중소기업 경영여건의 전반적인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들여다볼 집중 감시 대상은 경기 민감 업종, 대ㆍ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 격차가 큰 업종, 유통업종 등이다.

정부가 부당 단가인하 근절을 위해 마련한 대표적인 채찍은 부당특약 전면 금지다. 부당특약은 '발주자가 지급하는 철근자재의 운반 및 관리비는 을이 부담한다'라는 등 '갑을(甲乙) 관계'를 악용한 규약으로 우회적으로 단가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하도급법을 고쳐 부당특약을 원천 봉쇄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상습적인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의 공공부문 입찰참가를 막기 위해 제한 기준인 누적벌점 기준을 10점에서 5점으로 낮추기로 했다. 1차 협력사가 지급한 거래대금이 2~3차 협력사에 잘 지급되고 있는지 발주처가 감독할 수 있는 '대금지급 모니터링 시스템'도 마련한다.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 발주기관에 자동 알람이 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이처럼 새로 도입된 규제들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반기 중 납품단가 인하의 부당성 판단기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부의 당근책 중에는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띈다. TV홈쇼핑 황금 시간대(평일 오전 8~11시, 저녁 8~11시)에 중소기업 제품 편성시간을 월 9시간으로 확대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시간대의 높은 정액수수료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수료 부담 방식도 개선한다.

중소기업 전용판매장도 올해 20개에서 2015년엔 42개로 대폭 늘린다. 소셜커머스에 중소기업 전용 코너를 만들어 1,000개 이상의 제품을 홍보하며 판매장려금, 인테리어비 등과 관련한 대형 유통업체의 고질적인 불공정거래 관행도 손보기로 했다.

공공 부문의 부당 단가인하 관행에도 메스를 댄다. 소프트웨어 유지관리 예산을 현재 8%에서 2017년까지 15%로 높이고 분리발주 확대를 추진한다. 건설 분야에선 추가 시공 금지를 명문화할 방침이다.

중소기업계는 부당 단가인하 근절이라는 정책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구체성이 부족하고 하도급법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한 대책이 많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 반응도 적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밑그림만 나왔을 뿐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구체성이 부족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갑의 횡포를 일삼아 온 대기업들은 적극적인 반발을 자제하면서도 내심 못마땅한 표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당한 단가인하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의 우려도 있는 만큼 보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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