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동안 특허전쟁을 벌여왔던 SK하이닉스와 미국의 '특허괴물' 램버스가 마침내 손을 잡았다. 적도 동지도 없는, 특허전쟁의 전형적 결말을 보여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SK하이닉스는 램버스와 벌였던 특허소송, 반독점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램버스가 보유한 반도체 전 제품과 관련된 특허기술을 제휴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5년간 해당특허 사용권한을 갖게 되며, 그 대가로 분기당 1,2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악연이 시작된 건 지난 2000년. 당시 램버스는 일본 히타치를 시작으로 주요 D램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차례차례 제소했다. 하지만 피소를 앞둔 SK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는 그해 8월 먼저 미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램버스를 상대로 특허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양사간 분쟁은 이후 독일 프랑스 영국 등으로 확산돼 ▦특허침해 소송 ▦특허 무효소송 ▦반독점 소송 등으로 이어졌다.
미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온 건 2009년 3월이다. 법원은 SK하이닉스의 특허침해를 인정해 약 4억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연방고등법원은 2011년 5월 램버스가 소송과 관련된 증거를 불법 파기했다며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1심으로 돌려보냈다.
램버스는 앞서 2004년 5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D램 업체들이 가격을 담합해 자사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켰다며 39억 달러를 물어내라는 반독점 소송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서 SK하이닉스 등이 승소했으나 램버스가 현재 항소한 상황이다.
먼저 화해를 제의한 건 램버스다. 소송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램버스는 포괄적 라이선스 계약체결을 제안했고, SK하이닉스 역시 더 이상 소송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이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램버스는 반도체 원천기술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특허괴물과는 다르지만 워낙 많은 특허소송을 벌여왔기 때문에 특허괴물과 비슷한 행태를 보여왔다"면서 "최근엔 램버스도 특허괴물 오명을 벗기 위해 소송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허전쟁은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며 균형추가 한쪽으로 기우는 순간 협상으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소송도 결국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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