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11일 북측이 보내온 당국회담 대표단 명단을 받아들고 상당히 의아했다고 한다. 수석대표인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서기국장보다 급이 높은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지원인력(보장성원)명단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대북전문가들에 따르면 원 부부장은 노동당 직속 기관인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으로 우리의 장관급에 해당한다. 통전부의 정치부분 외곽 조직인 조평통 소속의 강 국장은 대체로 차관급이나 차관보급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로 치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사무처장 정도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때문에 대표단 명단을 받아든 통일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통전부 제1부부장인 그 원동연이 맞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통일부는 이상한 조합의 배경에 대해 "강 국장은 얼굴마담 역할을 할 뿐 실질적으로 회담 전반을 총괄하는 책임자 임무는 원 제1부부장에게 맡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원 제1부부장은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문안 작성에 참여했고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김양건 통전부장과 함께 조의방문단 일행으로 서울을 방문하는 등 남북관계 베테랑 인물이다. 반면 강 국장은 그 동안 남북한 간의 종교ㆍ스포츠 교류에는 참석했지만 당국회담에는 참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때문에 원 제1부부장이 회담 전반에 대한 책임자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일각에서는 동명이인일 가능성과 또 다른 인물이 '가명'을 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은 1999년 6월과 2005년 5월 열린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 당시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을 북측 단장으로 내세워 우리 측 수석대표인 통일부 차관을 상대한 적도 있다. 때문에 조평통 서기국장을 우리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상'급 이라며 회담 수석대표로 내세웠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조평통은 현재 위원장이 공석이고 10명의 부위원장들이 대부분 고령이어서 강 국장이 실질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실세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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