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허모(43)씨는 올해 초 서울 여의도 한 대형 핫요가 센터에 등록했다. 현금으로 1년 회원권을 끊으면 3개월 이용권을 덤으로 주고 2만원의 할인 혜택까지 준다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큰마음 먹고 구입한 40만원 상당의 회원권은 곧 휴지 조각이 됐다. 핫요가 센터가 한 달 만에 갑자기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사장은 폐업 전날 밤늦게 회원들에게 '사정이 안 좋아서 문을 닫겠다'는 내용의 문자 하나만 달랑 남기고 잠적했다.
피해 회원들의 진정으로 최근 사기 혐의로 입건된 핫요가 센터 사장 박모(34)씨는 경찰조사에서 "몇 개월째 임대료가 밀려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요가 센터, 헬스장 같은 피트니스 센터가 돌연 폐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 탓에 문을 닫는 시설이 많아지면서 당분간은 '먹튀' 피트니스 센터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10년째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43)씨는 "요즘은 주민센터 같은 공공시설에 체육시설이 들어오거나 동네 곳곳에 대형 프랜차이즈 헬스장이 생겨 운영이 어렵다"며 "우리 헬스장도 2년 전에 비해 회원 수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물 값도 안 나와서 헬스장 관장들끼리는 회원들이 드문드문 나와야 수지가 맞는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한다"며 "등록 기간이 남은 회원들과 고가의 헬스기구들 때문에 헬스장은 폐업도 쉽지 않아 업주들의 야반도주가 빈번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연예인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던 서울 도봉구 한 헬스장이 1,200여명의 회원들을 두고 돌연 폐업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지난달에는 대전 중심가에 있던 한 대형 스포츠센터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1,000여명의 회원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회원들 대부분 할인을 해준다는 소리에 장기 회원권을 현금으로 끊은 경우가 많다"며 "카드 할부로 계산했다면 일정 액수 보상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경찰 수사를 기다리거나 민사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해당 지점이 체인점이라면 본사에서 회원권의 남은 기간만큼 다른 지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되지만 계약상으로 본사에게 이런 책임·의무가 명시된 경우가 적고, 피해자들도 거리가 멀다는 등의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관계 구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의 헬스장 폐업 건수는 2010년 4건에서 2012년 14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피트니스 센터가 많은 영등포구도 2010년에는 2건, 2011년에는 1건이던 헬스장 폐업이 지난해 8건으로 증가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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